성균관스캔들/단편

[마루태오] 개새끼 01

음흉마녀 2016. 4. 5. 17:16

마루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침착하게 눌렀다. 새로이 진료를 원하는 환자의 차트를 확인하고 제 앞에 앉아 느긋하게 제 스마트폰을 뒤적이는 상대를 바라본다.

 

" 조태오씨? 임신.. 이시라고요.. 보호자는 같이 안오셨.."

" 보호자가 있으면 내가 이런 시골 깡촌까지 왔겠어?"

 

도도하게 꼰 다리를 앞뒤로 흔드는 태오의 얼굴을 바라보던 마루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신경질적으로 펜대를 씹어대는 마루의 얼굴을 고개를 삐뚜룸히 꺾어 바라보던 태오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눈썹을 찡그리고 가만히 상대를 바라보던 마루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며 고개를 들어올려 제 옆에 서있던 간호사를 향해 시선을 맞춘다. 잘생긴 얼굴 위로 떠오른 미소에 간호사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확인한 태오의 얼굴이 잠시 잔뜩 구겨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마루가 불쑥 다정한 목소리로 간호사를 향해 지시를 내린다.

 

" 이 환자분 진찰실로 안내해 주시고.. 진찰 준비 해주세요."

" 네 선생님."

 

느긋하게 일어서 진찰실로 들어서는 태오의 등판을 바라보며 피식 웃던 마루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피식피식 웃으며 진찰실로 들어서던 마루의 얼굴로 날아온 펄렁이는 천 치마가 아니었다면, 마루는 그 미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이 씨발! 개새끼가 너 씨발 나 엿먹이냐?!!"

" 진찰 하시려면 어쩔 수 없이 입으셔야 합니다. 그 몸에 꼭 맞는 바지로는 진찰을 못하거든요."

 

천천히 뻗어진 손이 길게 뻗은 하얀 기계를 들어올려 일부러 상대의 얼굴 앞에 들이민다. 이게 뭐냐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며 자신을 노려보는 태오를 향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 마루의 손이 제 어깨에 어설프게 얹어진 싸구려 천조각으로 만들어진 치마를 태오에게 다시 집어 던진다. 시선을 맞추던 마루의 낯짝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고 생각한 찰나. 상대는 더 이상 이 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옷가지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돌아선 태오가 진찰실을 나가려 제게 등을 보인 순간, 그 보다도 빠르게 다리를 움직인 마루의 손아귀가 태오의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아끌어 진찰대 위에 처박아 버린다.

수치스럽게 다리를 고정대에 올리고 난폭하게 버클을 잡아채는 마루의 손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마루의 얼굴로 꽤나 고급스러운 구두가 날아온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나자빠진 마루를 부르는 날카로운 여간호사의 목소리에 눈썹을 태오가 난폭한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 너 이 씨발놈이! 내가 우습냐?! 미친 새끼가! 사람 말도 안듣…!!"

" 우습게 보는 건 조태오실장. 너 아닌가? 이런 깡촌 시골까지 찾아와서 뭘 말하고 싶은건데? 아, 너 같은 빽없고 돈없는 새끼 이제 빠이빠이다? 아니면, 새로 괜찮은 놈 하나 잡았으니 꺼져라? 뭐 그딴 소리라도 하고 싶어서 이딴 깡초까지 납셔 주셨냐?!!!"

" 아니야."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나 만날 때, 뒷구멍으로 다른 새끼를 후리고 다닌거 내가 잡으러 다닌게 어디 한 두번이냐? 후.. 조태오 실장님, 내가 얼마나 더 너 이렇게 개망나니 짓 하면서 사람 우습게 만드는거에 이제 절대로 휘둘리지 않으니까 당장 내 진료실에서 꺼져!"

 

기묘하게 꺾여진 고개가 저를 비웃는 것 같아 곧장 뒤로 돌아 진료실을 나서 버린다. 마루가 제 시선에서 사라지자마자 떠올랐던 안타까운 표정은 이내 서늘하게 가라앉는다. 자켓 끝을 잡아 탁탁 잡아당겨 정리하고 진료실로 나선 태오의 입술이 무어라 단어를 쏟아내기 직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마루의 입술이 먼저 열린다.

 

" 나가, 진료는 니 잘난 힘으로 알아서해. 여기서 꺼져."

" 야."

" 조태오환자. 진료는 없습니다."

" 야!"

" 난 분명히 이 진료실에서 나가라고 했다!"

" 그래 씨발, 꺼져, 꺼진다고! 그런데 너.. 나 다시 볼 생각 하지 마라. 이 개새끼야!!!"

 

신경질적으로 닫혀진 문 뒤로 제 성질에 못이겨 내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웅을 찾아 괜히 이 곳에 온 것이라며 소리를 질러대는 태오의 목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책상에 얼굴을 처박는다. 제 두통의 원흉이 제발 이 깡촌의 작은 의원에서 꺼져주길 바라는 마루의 귓가로 분노를 감추지 못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 씨발 개새끼!! 내가 다시 그 새끼 얼굴을 보면 사람이 아니다!!! 씨발!!!!"

" 웃기시네, 누가 누구더러 개새끼래."

 

어쩔 수 없이 황당한 듯 웃는 마루의 입술이 비틀린다.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 하는 건, 마루도 마찬가지 였다.

 

 

 

태오는 평소의 자신과는 다르게 초조해 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던 남자에게 뭐라 이야기 해야 하는건지, 단 한 번도 있었던 적 없던 일에 태오는 딱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룹 총 회의 때 병신처럼 밀리기만 하던 저를 도와준 강마루를 콕 찝어 말같지도 않은 협박을 해대는 제 형의 말에 단 번에 변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회장의 차가운 시선이 무언의 명령을 내뱉는다.

 

" 실수는 하지 않겠지."

" 실수? 무슨 실수요? 그때 그 기지배처럼? 다혜인가.. 내 핏줄은 내가 낳는거 아니면 이을 수 없는 내 애 가졌다고 거짓말 하던 계집애처럼 잘 처리해라.. 뭐 이런 겁니까?"

" 아니, 아니지. 아무래도 동생아.. 너는 내 생각보다도 더 멍청하구나.. 아버지 말씀은.. 개같이 놀았어도 애만 싸지르지 않았으면 그냥저냥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거 아니야."

 

휙 시선을 올려 제 형을 노려오는 태오의 날카로운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태진의 행동에 이를 드러내고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태오의 머리통으로 날아온 유리잔이 잘 정리된 머리카락을 온통 적셔놓고 소파에 떨어진다. 후두둑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소름끼치도록 조용히 사무실을 울린다.

 

" 노는 거야 일일이 내가 상관하지 않겠지만, 분명히 문제 일으키지 않게 알아서 행동하란 말이다. 계집들이야 상관없지만."

" 아, 네 네 네에.. 알아서 몸 사리겠습니다."

 

태오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에 눈썹을 찡그리던 조회장의 시선이 흘끗 태진에게로 향한다. 잘 끊어내는지 확인하라는 것이겠지.. 태오는 쓴 입맛을 다시며 휙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태오의 머릿속이 복잡해져 온다.

잘라내지 않으면, 제가 잘라내겠다는 경고나 다름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자리유지에 도움을 주고 자신을 빛내준다고 해도 조회장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게 분명하다.

다혜는 어쨌던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어떻게 잘려 나갔는지 태오는 구치소에 있을 때 어쩐지 음흉한 미소를 띈 얼굴로 면회를 온 태진의 입술을 통해 들었었다. 아니, 제 옆에 있던 수 많은 거짓말쟁이들과 알파들이 잘려져 나가는 것을 태오는 너무도 많이 봐왔었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조회장의 손으로 잘려져 나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자존심이든 뭐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남자만큼은 제 손으로 잘라내야 했다.

그것이, 그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 그럼 한 번 믿어보마."

 

등 뒤에서 쏟아지는 서늘한 목소리가 목줄기를 틀어쥐고 옥죄어온다. 정말로 제 손으로 잘라내야 했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고 저를 찾아온 마루를 제 손으로 길바닥으로 끌어내 버렸다. 다혜처럼 억지로 외국으로 보내지는 꼴은 죽어도 보기 싫었다.

그것이 조금 더 큰 후회를 만들 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태오는 거대한 창 앞에 서서 신경질 적으로 머리는 짚고 선 마루의 머리통을 가만히 내려다 볼 뿐이었다.

 

 

 

1편이 날아가서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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