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하석율] 호랑이 사냥
“ 그러니까 나 보고 얼굴 한 번 못보고 시.. 시집을 가라는거 아니야!!!.”
“ 그, 그렇지..”
제 앞에 앉은 제 부모를 노려보는 양하의 입술에 물려있던 담뱃대가 휙하고 허공을 가른다. 그 기세에 눌려 후다닥 방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양하의 아버지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 2.. 2년만 부탁한데!!.. 서.. 성별 안알려진 건 양하 너 밖에 없잖아..”
“ 그래서, 나 보고.. 호족(虎族) 새끼들 집에 가서 2년동안 몸 봉사나 하다 돌아오라? 그러다 새끼 배면.. 그 새끼들이 책임진데?.”
“ 그.. 그런거 까진..”
“ 아 씨발 뭐 그런게 다 있어! 안해 안해!!.. 그리고.. 알고 봤더니 수컷이면?.. 그럼 누가 책임지는데..”
양하는 그깟 2년 인데, 잘 속이면 되지 않냐는 말을 지껄이며 웃는 아비의 얼굴을 향해 발을 날려 버리고 말았다.
뒤로 나뒹구는 제 아비를 바라보며 머리를 헝크리던 양하는 끝내 한숨을 내쉬며 제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 이 것이 약한 묘족(卯族)으로 태어난 약한 내 탓이지.. 누구 탓을 해..”
양하는 호랑이 녀석들의 소굴로 끌려 들어가며 낮게 욕설을 지껄였다. 아무리 토끼라고는 하나 묘족(卯族)의 귀족출신 이건만, 진짜로 신방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그 잘난 신랑이란 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그의 형이란 놈만 능글맞은 시선으로 자신을 감상하듯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억지로 방에 들이밀어진 양하는 방문이 닫히자마자 제 큰 귀를 강하게 조이는 혼례용 모자를 벗어 바닥에 내팽겨쳤다.
“ 뭔 씨발, 혼례가 이 따위야?!.”
“ 힉!.”
“ 아 씨발 뭐야!.”
이불 속에 파묻힌 뭔가가 요상한 소리를 내고 이불 속으로 더 파고든다. 이불 밖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꼬리가 툭툭 이불을 쳐댄다.
저 요상한 것이 신랑이란 말인가.. 양하는 입술을 이죽이며 터벅터벅 요상한 꼬락서니를 한 남자의 앞으로 가서 단 번에 이불을 들춰낸다. 이불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시선이 천천히 들어올려져 제 앞에 선 양하의 얼굴을 바라본다. 등 뒤에서 흔들리는 꼬리가 사냥감을 찾는 호랑이 그 자체를 말하는 것 같아 잠시 몸을 굳혔던 양하는 순간, 무표정한 얼굴의 사내가 제게 달려들어 목덜미로 팔을 뻗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버렸다.
“ 으앙!.”
“ 뭐, 뭐야!.”
이상한 소리를 내며 양하의 품에 안긴 남자의 무게에 밀려 바닥에 넘어진 양하의 입술이 당황한 목소리를 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화들짝 놀라 파르르 몸을 떨어대던 양하는 번쩍 고개를 들어올린 남자의 입술이 벌어져 보이는 남자의 번쩍이는 송곳니를 본 순간 비명을 지를뻔했다. 다음 순간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 여보!.. 여보!.. 석율이 여보!.”
“ 뭐.. 뭐.. 뭐?!!!!!!!!!!!!!!!!!!!!!!!!!!!!!!!!.”
눈을 반짝이며 저를 내려다 보던 남자의 머리통이 가슴팍으로 다가와 처박힌다. 양하는 황당한 얼굴로 남자의 정수리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부비부비 제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그르렁거리는 호랑이 남자의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 있던 양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올린 남자의 손에 이끌려 이불로 풀썩 쓰러졌다.
이불을 손바닥으로 팡팡 쳐대며 웃던 남자는 꽤나 귀여운 말투를 내었다.
“ 여기는 석율이 여보 자리!.. 여기는 석율이 자리!!.. 빨리 자자!.. 여보 누워!.”
“ 하.. 이게.. 무슨..”
“ 빨리 빨리!.. 누워!.”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에 눕는 양하의 시선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휙휙 자신의 꼬리를 가지고 노는 석율이라 자신을 칭한 남자의 얼굴로 고정된다.
천천히 손을 뻗어 석율의 어깨를 붙잡고 제 옆에 눕힌 양하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이런 놈이라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는 결과에 기가 빠진 듯 눈을 내리 감은 양하의 숨결이 금새 고르게 들썩인다.
“ 코오~ 코오~ 코오~.”
천천히 가슴을 토닥이는 손길에 고르게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가슴이 거칠게 들썩인다. 이내 입술을 타고 거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허리를 일으켜 세운 양하의 손이 제 가슴을 토닥이던 손목을 강하게 그러쥐고 제게서 떼어낸다.
“ 뭐하는거야!.”
“ 혀, 형아가.. 빠, 빠.. 빨리.. 빨리 자라구 그래써!..”
잔뜩 겁을 집어먹고 저를 바라보는 석율의 팔랑이는 검을 얼룩이 박힌 귀를 틀어쥔다. 깡 하는 개가 앓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바짝 잡아 당겨진 석율의 겁먹은 얼굴이 양하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온다.
“ 아파! 아파! 아파아!!!!.”
“ 씨발!.. 오기 싫어도 꾹 참고 와줬더니 이런 모지리를!!..”
“ 서, 석율이 모지리 아니야!!!.. 형아가.. 석율이는.. 석율이는.. 조금 늦는거 뿐이래써!!!.. 모지리 아니야!!!.. 모지리 아니야!!!!.”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제 이름을 불러대는 석율의 행동에 짜증이 치밀어 올라 손으로 석율의 입술을 턱 막아 버린다. 제 입술이 막혀있음에도 목울대를 울려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대는 석율을 휙 밀어 이불 위에 넘어트린 양하의 입술이 석율의 귀로 다가간다.
“ 조용히 안하면 안놔준다.. 조용해!.”
씩씩 거리를 가슴의 들썩임이 맞닿은 가슴으로 느껴진다. 눈물이 가득한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 보는 석율의 몸에 바짝 제 몸을 부딧히고 누워 문 밖에 서서 자신을 몰래 감시하는 그림자의 눈치를 보며 좀 더 석율의 얼굴에 제 얼굴을 바짝 들이댄 양하의 입술이 슬쩍 열린다.
“ 문 밖에.. 누구지?.”
“ .. 응?.. 웅?.. 누구?.”
언제 무서워했냐는 듯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고개를 틀어 문 앞에 선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석율의 손이 양하의 몸을 거세게 떼어낸다.
후다닥 허리를 일으켜 세워 앉은 석율이 후다닥 방 문을 열고 문 앞에 선 사내의 품에 와락 안기는 꼴을 가만히 바라보던 양하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 형아! 형아!.”
“ 석율아.. 이러면 못쓴다고 했어 안했어?..”
“ 석율이 여보야 무서워!.. 형아랑 잘래!.. 여보야랑 코오 안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제 형이라는 인간의 품에 안겨든 제 혼례 상대를 가만히 바라보던 양하의 입술이 피식 비웃음을 지어 보인다. 제 품에 안긴 석율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던 그의 형이란 사내의 시선이 들어올려져 양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선다. 비웃음이 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양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방 안으로 들어선다.
양하의 앞에 털썩 주저 앉은 사내의 품에 안긴 사내가 겁을 잔뜩 집어 먹은 듯 후다닥 제 형의 품에 안겨든다. 저를 바라보는 적대가 가득한 시선에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이고 만 양하를 향해 퍽이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미안합니다.. 처음부터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 믿을 수가 있어야지.. 처음부터 말 했다면 오지 않을 거니까.. 아직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나를 뽑은거 아닌가?.. 어디.. 그런 상태로 암컷을 안을 수나..”
“ 암컷 입니다.. 안타깝게도..”
“ 뭐?.”
턱이 한계를 넘어 벌어진다. 제 형의 품에 안겨 아직도 제 눈치를 보고 있는 석율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양하의 입술이 비웃음을 가득 담은 목소리를 낸다.
“ ..암.. 컷이라.. 중고란 말이군..”
“ 그래서 부탁한거죠.. 보통 호족(虎族)이 묘족(卯族)에 괜히 혼례를 청했겠습니까?.”
은근히 무시하는 소리였다. 양하는 눈쌀을 찌푸리며 제 앞에 앉은 남자를 노려 본다. 이를 앙다문 양하의 서늘한 시선에 깜짝 놀라 제 형의 품으로 후다닥 파고드는 석율을 제 품에 안은 남자의 입술이 비죽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누가 봐도 오해할 만한 두 사람의 얽혀있는 모습에 가만히 시선을 맞추고 있던 양하의 입술이 이젠 숨기지 않은 비아냥을 쏟아낸다.
“ 혹시 암컷으로 삼은 것은 형님이 아닙니까?.. 그렇게 달라붙는 걸 보아하니.. 그렇게 보이는군요?.”
“ 아, 그럴리가.. 그리고 정정해 드리죠.. 중고란 말은 기분 나쁘니까요.. 이 아이 어미가 검은 묘족(貓族)이다 보니.. 태어날 때부터 겉 모습과 다르게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라.. 거기에.. 뭐..”
슬핏 웃어 넘기는 사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던 양하의 입술이 비죽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 앉은 양하의 손이 툭툭 제 아래 깔린 이불을 손바닥으로 쳐댄다. 무슨 뜻인지 몰라 제 얼굴을 바라보는 석율을 향해 여전히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말을 끄집어 낸다.
“ 아까.. 석율이가 뭐라고 그랬지?.. 여기가.. 누.구.자.리?.”
“ .. 석율이.. 자리..”
“ 형아가 어떻게 하랬다고?.”
“ .. 빨리 자라고..”
가만히 저를 바라보는 남자의 형을 싸그리 무시해버린 양하의 목구멍을 타고 우뢰와 같은 고함소리가 터져 나온다.
“ 이리 와서 누우라고!.”
“ 히익!! 무서워!.. 형아 무서워!!.. 엄마한테 갈래!!.”
저를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에 점점 더 제 형의 품으로 파고들던 석율의 목덜미가 강하게 쥐어잡힌다. 당황할 틈도 없이 잡아 당겨져 널부러진 석율의 시선이 형에게로 향하기도 전에 이불을 난폭하게 덮어버린 양하의 손에 짓눌려져 버린 석율의 팔이 정신없이 파닥인다.
슥 고개를 들어올려 제 앞에 선 사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씩 웃어넘긴 양하의 입술이 쉴새없이 단어를 쏟아낸다.
“ 암컷 두마리면.. 새끼도 못 낳으니.. 한 2년 후에 돌려 보내겠다.. 상대가 중고취급을 받건 말건?.. 그건 남의 일이니까.. 그런데.. 어쩌지?.. 나는 아직 성별.. 정해지지 않았는데..”
“ !!!!.”
저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 넘기는 양하의 얼굴을 바라보던 사내가 이내 포기한 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불 밖으로 빠져 나온 얼룩 무늬의 꼬리가 정신없이 펄떡인다.
제 형이 방을 나가버린 것도 모르고 제 형을 찾아대는 석율의 얼굴 가까이로 제 얼굴을 바짝 들이민 양하의 시선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슬쩍 입술을 연다.
“ .. 코오.. 하고 싶어?.. 형이.. 코오 하라고 그랬어?.”
“ 으, 으응.. 그래써… 요오..”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석율을 향해 히죽 웃어 보인다. 방을 나서긴 했지만, 뭔가 걱정되기라도 했던지 문 앞을 여전히 서성이는 사내를 골려주려는 듯 양하의 손이 불쑥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깜짝 놀라 버둥이는 석율의 혼례복 허리끈을 강하게 그러쥔 양하의 몸이 다급하게 석율의 몸 위로 겹쳐진다. 문 밖을 사내가 잠깐 문을 그러쥐는가 싶더니 이내 포기한 듯 좀 더 멀리로 뒷걸음질 친다.
네 멋대로 해라..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석율의 가슴팍으로 제 가슴을 한껏 들이민 양하의 손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허리끈을 풀어헤친다.
“ 형이 코오~ 하라는게 뭔지.. 얘기 안해줬지?.. 빨리.. 코오~ 하자.”
“ 코, 코오 하는데 왜 여보야가 석율이 찌부 하는데.. 왜.. 왜에?!.”
“ 부부는 코오~ 할 때 꼭 하고 자야 하는게 있어~ 내가 알려줄게..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임.마.”
파닥이는 손목을 잡아 누르는 양하의 히죽이는 웃음소리에 울먹이기 시작하는 석율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춘 양하의 손이 푸른 남성 혼례복을 입은.. 새색시가 되어버린 깜찍한 석율의 부끄러움을 숨겨주기 위해 이불을 머리위로 뒤집어 쓴다.
비죽이 이불 밖으로 뻗어진 꼬리가 미친듯이 펄떡인다. 비명을 지르던 목소리가 무언가에 막힌 듯 웅얼거림으로 바뀌고.. 꼬리가 툭툭 소리를 내며 제 형에게 다급한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것은 덧없는 울림일 뿐이었다. 가르릉 거리는 기묘한 소리 뒤로 일정하게 들썩이는 이불이 지금 그 안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음을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 살려.. 살려줘어!!.. 살려줘~.”
“ 하하.. 누가 살려줘.. 형아가 시킨 코오~ 가 이거라니까?.”
능글맞게 웃는 양하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파닥파닥 저어대는 석율의 뺨으로 다정한 입맞춤이 다가온다.
입술을 크게 벌려 항의라도 해보려던 석율은 양하의 손이 제 어깨를 그러쥐는 것에 놀라 비명을 내지른다.
“ 이게.. 석율이가 나랑 코오~ 하는거야.. 이제 매일 밤에.. 코오~ 할거야.. 알았지?.”
이른 새벽, 방 구석에 엎드려 훌쩍이는 석율의 등짝을 가만히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문 양하의 입술이 내뱉은 말에 석율의 어깨가 굳어진다.
히죽히죽 웃는 양하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울리고, 석율의 비명과도 같은 석율의 오열소리가 방 문을 넘어선다.
“ 나 너 싫어!!!!.. 너랑 이제 여보 안해!!!!!.”
“ 안될걸?.. 어디 한 번 해봐.”
능글맞게 웃는 양하의 웃음소리에 석율은 더욱 크게 울어 버렸다.
첫날밤을 쓰느냐 안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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