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8

음흉마녀 2015. 12. 6. 02:21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8

 

 

 

 허리를 꽉 조인 광대가 귀찮은 듯 눈썹을 찡그린 재신이 연신 제 허리를 만지작거린다. 연신 대본을 확인 하느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던 중기가 슬쩍 고개를 돌려 재신을 바라본다.

 

 뭐야?.”

 유아인이란 놈은.. 계집이냐?.”

 ?”

 

 황당하다는 듯 재신을 바라보던 중기는 재신이 연신 제 허리를 조이는 광대를 만지작거리는 것에 이제서야 알겠다는 듯 팔을 뻗어 재신의 허리를 한 팔에 휘감고 제 품에 끌어당긴다. 당황한 재신이 뭐가 지껄이든 말든 재신의 허리를 품평하듯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던 중기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조금은 마른 아인과는 다르게 재신은 딱 좋을 정도의 근육이 자리잡고 있었다. 미련없이 몸을 돌려 의상담당자를 향해 걸어가는 중기의 등짝을 바라보다 이내 답답한 숨을 내쉰다. 멀리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가뿐 숨을 들락이며 왔다갔다 하는 재신을 바라보던 이의 입술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말 안듣는 개는.. 혼이 좀 나야해.. 그렇지.. 아인?.”

 

 

 

 

 이런 답답한 걸 꼭 달고 해야하나?.”

 지금 너는 문재신이 아니고, 유아인이야.. 아인이는 니가 하는 그런 건 절대로 못하는 놈이었으니까 알아서 잘해 임마.”

 

 중기의 말에 제 가랑이를 조이는 불편한 와이이에 인상을 찌푸리는 재신을 향해 주의를 준 용하가 제 자리를 찾아가 준비를 마친다. 지붕을 넘어 중기가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되는 장면이었다. 어떻게 연기를 하면 되는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중기의 잔소리를 들었던 터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재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다행인 것은, 그 딱딱한 얼굴이 복면으로 가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툭툭 제 자리에서 뛰어보며 제 컨디션을 확인한 재신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카메라가 돌기 시작한다. 세트 골목을 달음질 치며 가뿐하게 내달린 재신이 제 무릎에 힘을 준다. 담을 즈려밟고 단 번에 기와지붕으로 올라선 재신의 입술이 그제서야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불현듯 떠오르는 옛생각에 피식 웃어 넘긴 재신의 발이 가볍게 기와를 즈려밟고 중기가 서있는 곳까지 빠르게 내달린다. 언젠가 용하의 앞에 이렇게 떨어졌던 날을 기억해 내며 기와 끝에 잠시 발을 내딧은 재신이 공중으로 몸을 떠올린다.

 순간, 제 허리를 조인 와이어의 줄이 기묘하게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에 의문을 떠올리기도 전에 재신의 몸이 뒤집혀진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한쪽 와이어가 허공에서 흔들린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재신을 공중에서 무방비 상태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었다.

 

 문재신!!!!!!.”

 -아인!!!!!!.

 

 순간, 제 앞에 있지도 않은 용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못 부딧힌 팔과 다리에 격통이 찾아든다. 후다닥 저를 끌어안은 중기의 시선이 허공을 날카롭게 노려본다. 후다닥 달려온 이들의 재신의 상태를 확인한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재신과 중기의 시선이 싸늘하게 가라앉는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달려온 유천이 다급하게 재신의 손목을 그러쥔다.

 

 !!!!!.”

 

 제 팔을 잡고 비명을 지르는 재신을 향해 시선이 모여든다. 슬쩍 잘못 짚은 다리를 감싼 천을 벗겨낸 중기의 이맛살이 잔뜩 찌푸려져 버린다. 순식간에 퉁퉁 부어버린 발목을 가만히 바라보던 중기의 손이 빠르게 허리를 조인 와이어를 풀어낸다.

 

 구급차!.. 구급차 불렀어?!.”

 지금 오고 있습니다!.”

 

 후다닥 재신의 허리에 감긴 와이어를 풀어내리던 중기의 손가락이 떨려온다. 제 시선에 보여지는 와이어의 끝부분의 깨끗한 단면이 말해주는 진실에 소름이 돋아난다. 주먹을 꽉쥐고 허공을 노려본다. 단 한번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해온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안에 무언가가 뒤틀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들것에 들려 옮겨지는 재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중기의 곁으로 다가선 유천이 전에 보이지 않던 진지한 얼굴로 중기의 손에 들린 와이어를 가만히 바라본다.

 

 그자식.. 이겠지?..”

 그래, 뻔하지.. 미친 자식!.”

 

어수선한 분위기를 빠르게 안정시킨 PD의 우뢰와 같은 목소리가 촬영장을 울린다. 당장이라도 재신이 실려간 병원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다잡으며 돌아선 중기가 슬쩍 뒷덜미를 잡아채는 찝찝함에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중기의 발걸음이 천천히 촬영장 안쪽으로 옮겨진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이의 손에 들린 절단기가 툭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꼼꼼하게 절단기를 닦아내린 손수건을 제 주머니에 곱게 접어 넣은 사내의 시선이 중기의 등으로 꽂혀온다.

 

 너만 없으면.. 아인이는 우리 집으로 돌아올 거니까.. 너는. 필요없어.”

 

 다시 어둠 속으로 빠진 사내의 입술이 조용히 즐거움을 가득 담은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 소름끼치는 뒷모습이 재신에게로 향하는 것을 모르는 중기의 입술에 연기를 위한 거짓 미소가 피어 오른다.

 

 

 

 

 아야!.. !.”

 괜찮은가?.”

 

 잔뜩 부어오른 발목에 약초를 덧대고 붕대를 감아놓은 발목을 바라보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온다. 그저 장난이었을 뿐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크게 될지 몰랐다. 용하는 제가 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인의 퉁퉁 부어오른 발목을 가만히 바라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 동자승이 방에서 나가고 나서야 아인에게 바짝 제 몸을 들이민 용하의 손이 불쑥 다가와 아인의 얼굴 여기저기를 확인한다. 손목에 감겨진 붕대를 내려다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용하를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심시킨 아인이 이불 위에 털썩 드러눕는다. 다치지 않은 손으로 보료를 툭툭 치는 아인의 행동에 후다닥 그 옆에 드러누운 용하의 입술이 조용히 열린다.

 

 아인.. 혹시 자네.. 아까.. 들었나…?.”

 “ … .. 그거.. 나도 좀 놀랐는데.. 말 할 시간이 없이 풍덩! 하고 떨어져서..”

 

 아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힌 용하의 허리가 곧추세워진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인을 가만히 바라보던 용하의 손가락이 아인의 뺨을 다정스레 쓰다듬는다. 걱정스러운 시선이 허공을 향해 돌려진다. 용하는 머리가 좋은 편에 끼었다. 재신은 그런 용하를 항상 안타까워하고는 했었다. 저와 똑같은 목소리가 제 연인을 부른 이유는 보이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다.

 재신은 도대체 어떤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일까.. 항상 저를 지켜주던 녀석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놓이는 것은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제 정인이 걱정에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걸오는.. 잘 버틸게야.. 그렇지?.. 아인?.. 그럴게야.. 그렇지?. ?..”

 응응.. 그럴거에요.. 중기형이 잘 도와줄거야.. 괜찮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슬슬 제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다정하다. 용하는 꽤나 어른스러운 위로에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고 베시시 웃어 넘기던 용하와 아인의 목소리가 조용히 잦아들고, 이내 고른 숨소리가 들려올 때쯤 방 문 앞에 선 사내의 입술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날 정도로 섬뜻한 눈빛이 소름끼칠 정도로 차갑다. 휙 몸을 돌려 암자를 벗어나는 사내의 목소리가 천천히 조용한 암자에 울린다.

 

 아무리 모꼬지라 한들.. 제 시간에 청재에 들지 않으면.. 곤란하지.. 그렇지 않은가…?.. 징벌이 필요 하겠구나..”

 동재에 돌아오는 즉시 구금하겠습니다.”

 

 강무의 대답에 만족한 듯 밝게 웃는 사내의 눈빛이 순간 서늘한 빛을 내며 번뜩인다. 슬쩍 고개를 꺾어 제 옆에 선 강무를 바라보던 사내의 입술이 비죽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슬쩍 열려진 입술 사이로 들려오는 단어는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강무.. 저 걸오의 낯짝을 뒤집어 쓴.. 녀석은.. 남자를 알아.. 그래서 말이야.. 내 저 녀석을 내일.. 산채로 껍질을 벗겨버릴 생각이네그러면.. 여림이.. 힘들어.. 할까?.. ?.. 크크크..”

 여림은 아직 장의의 사람입니다.”

 “ … 그런데 왜 걸오와 살을 섞었느냔 말이지.. 죽여버리고 싶어지게..”

 

 히죽 웃어 넘기던 사내는 누가 들을세라 강무의 귓가에 제 입술을 바짝 들이밀었다. 천천히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강무는 몸을 굳히고 말았다. 천천히 어둠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는 강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린다.

 

 여림.. 그 고운 녀석은.. 내 사람이어야 했다.. 한 눈을 팔았던 너희와.. 미친개 녀석은그 값을 치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 그것은 저, 걸오 낯짝을 가진 놈을.. 내가 속속들이 뒤집어 보고 난 뒤로 미뤄줄 테니.. .. 하라고..”

 

 

 

 

 푹 쉬고.. 우선은 일정 조율하고 전화 줄게.”

 들어가세요.”

 

 아인인 척 거짓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는 재신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다. 다리와 팔에 이상한 걸 대놔서 움직이기 불편하고 갑갑해 죽을 것만 같았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는 재신이 서늘한 온도에 흠칫 어깨를 떤다. 난생 처음으로 혼자가 되어버린 재신의 발걸음이 무겁다. 천천히 중기가 알려준 대로 현관문의 번호를 눌러본다. 전자음이 울리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끼익-.

 

 서늘한 집안으로 발을 들이민 재신의 손이 쭉 뻗어져 불을 켜기 위해 벽을 더듬는다. 제 등뒤로 다가온 손길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거센 힘에 떠밀려 앞으로 엎어져버린 재신의 등으로 타인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우리집에.. .. 왔어.. 기다렸.. 잖아.. 미안.. 아팠?.. 많이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송중기.. 그 새끼만 아니면.. 내가 이럴 일이 없는데…”

 , 비켜!!.. 이 새끼야!!..”

 “ .. .. 아인아.. 나 섭섭해.. .. 혼 좀 더 나야겠다.”

 

 뒷통수를 그러쥔 남자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알지 못하는 사람의 아래 짓눌린 재신은 수치와 공포에 사로잡혀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간.. 아인 또한 얼굴을 엉망으로 구기고 사내들의 우악스런 손아귀에 양팔이 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은 윤희와 선준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엉덩이를 땅에 붙히고 끌려가지 않으려 버둥이는 아인의 다친 손목을 꺾어버린 사내들이 우악스럽게 재신을 결박해 사라져 버린다. 선준은 얼굴을 잔뜩 굳히고 윤희의 손을 그러쥐었다.

 

 , 아악!!.”

 

 냉방의 구석으로 집어 던져진 아인이 아려오는 제 손목을 강하게 그러쥔다. 욱신거리는 아픔에 눈물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인 아인의 정수리로 징벌방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는 무미건조한 말을 건넨 사내들이 방 문을 걸어 잠그고 나가버린 것에 놀라 멍하니 바닥에 앉아있던 아인의 눈망울이 일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뚝뚝 굵은 눈물 방울이 떨어져 내린다.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세워 앉은 아인이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가만히 기대어 있던 아인의 귓가로 나무 바닥을 즈려밟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나무문이 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 아인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 신은..”

 .. 그대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내 몰래 들어왔네..”

 

 남자의 입술이 조용히 속삭인다. 천천히 제게 다가오는 하얀 얼굴에 가득 고인 선한 미소에 저도 모르게 멍하니 시선을 빼앗겼던 아인은 제 앞에 얌전히 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는 제 눈물을 훔치던 사내의 얼굴이 제게 바짝 들이대지는 것에 괜시리 얼굴을 붉히던 아인은 저를 강하게 끌어안은 사내의 입술이 귓가에 다정한 목소리로 서늘한 단어를 내뱉어내는 것에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걸오.. 왜 날 화나게 하는가.. 약조 하지 않았나.. 여림을 보호해주고 여림의 비밀을 감춰주는 것으로.. 깨끗하게 내 개가 되겠다고 하지 않았나.. 여림에게서 손을 떼겠다.. 내가 약조하더니.. 그것을 잊은 것인가.. 나 이 하인수와의 약조를?.”

 

 아주 잠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아인의 손이 발발 떨려온다. 다급하게 사내를 제게서 떼어내려던 아인은 제 손목을 강하게 그러쥔 사내의 입술이 짓씹어내는 단어에 왈칵 눈물을 쏟아 버리고 말았다.

 

 “ .. 네 녀석은.. 누구냐.. 걸오의 낯짝을 하고 있다만.. 네 녀석은.. 암캐 냄새가 난단 말이지.. .. 여기서.. 쥐도새도 모르게 죽고 싶으냐?.”

 



 수위냐 폭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ㅡ,.ㅡ;;;

 다음 편은.. 수위? 폭력? 어떻게 될 까요??? +_+ 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