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1

음흉마녀 2015. 12. 6. 02:15

 

 

 

 

 

 

 “ 중기씨!.. 아인씨! 무슨 일이야?!.”

 “ 아인씨 다쳤어??.”

 

 자신들을 향해 우르르 달려오는 스태프들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저를 사납게 바라보는 남자의 손을 잡아당겨 달린다.

 등 뒤에서 아인은 절대로 쓰지 않는 육두문자가 날아왔지만, 휙 눈을 돌려 사나운 시선을 한 번 보내고 다시 남자를 끌어당긴다. 아인과 달리 힘을 써 버티는 남자를 꽤나 거칠게 끌어당겨 제 차 안으로 떠밀어 버린다.

 철푸덕 차 바닥에 널부러진 남자를 애써 무시하고 좌석에 앉아 문을 잠궈버린 중기가 제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낮은 한숨을 내쉰다.

 중기의 난폭하고 배려없는 행동에 부아가 치민 듯 욕설을 심하게 내뱉으며 벌떡 허리를 일으킨 남자의 귓가로 탄식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 누구.. .. .”

 “ 다짜고짜 끌고 온 니 녀석이 먼저 말 해보시지.. 구용하랑 똑 닮은 니 녀석 낯짝은 뭐고.. 이 요상한 건 또 뭔지.”

 “ … ?.. 누구?.”

 

 자신을 향해 휙 돌려진 낯짝에 조금은 놀란 듯 헛기침을 두어번 한 남자의 눈쌀이 찌푸려진다. 귀찮은 듯 홱홱 팔을 휘저으며 중기를 멀리 떼어낸 남자의 입술이 연신 욕지거리는 내뱉는다.

 중기는 아인과 꼭 닮은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연신 한숨을 내쉰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본 아인의 상처받은 눈빛이 가슴팍을 찔러온다. 아무리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려 해도 할 수 없었다. 아인의 손목을 잡은 중기의 손에 딸려 온 것은 아인을 닮은, 전혀 다른 남자였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중기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 아우 씨!.. 미치겠네!.”

 “ ..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 거든.. .. 유아인.. 유아인!!!!.”

 “ 구용하.. 이 빌어먹을 오입쟁이녀석.. 그냥 한대 쳤으면 될걸!.”

 

 퍼뜩 고개를 들어올린 중기의 시선이 차 바닥에 널부러진 남자를 내려다 본다. 방금 저 제가 들었던 것이 잘못 들었던 것이 아니었다. 가만히 머릿속을 정리하던 중기의 입술이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벌어진다.

 

 “ 누구.. .. ?.”

 “ … 누구.”

 “ .. 용하라고.. 말했어?.”

 

 자신의 말에 퍼득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중기의 입술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미친듯이 소리를 내어 웃어 넘긴다.

 남자는 중기의 눈빛에 기분이 나빠진 듯 얼굴을 찡그리고 고개를 피해 버렸다. 한참을 웃어 넘기던 중기의 서늘한 목소리가 남자에게 향한다.

 

 “ .... 이름이.. 아니.. 아니.. 그럴리가 없는데 말이다.. .. ..”

 “ 문재신이다.”

 “ , 말도 안돼.”

 

 중기를 뻔연히 제 앞에 앉은 남자의 존재에도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어 부정하고 싶었다. 이를 앙다물고 거칠게 숨을 내쉬던 중기의 손이 난폭하게 뻗어 나간다.

 덥썩 제 이름을 문재신이라 칭한 남자의 멱살을 잡아쥐고 얼굴을 바짝 끌어당긴 중기의 참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낸다.

 

 “ 종이 쪼가리 속에만 존재하는 너 같은 가짜 따위랑 유아인이 바꼈다고?.. ?.. 그걸.. 지금 나한테 믿으라고 하는 소리야?!!!!!!.”

 “ 지금 무슨 개소리야!.. 이거 안놔?!.”

 “ 유아인.. 아인이 어딨어!!!!!.”

 

 만약, 중기의 고함소리에 부아가 치민 재신이 주먹을 욕설과 함께 주먹을 내지르지 않았다면, 아마도 중기의 주먹이 재신에게 날아왔을 것이다.

 뒤로 나뒹군 재신이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 중기를 향해 달려든다. 쉴새없이 서로를 향해 악다구니를 내뱉으며 주먹을 내지르느라 정신없던 중기의 귓가로 차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 중기형!.. 유아인! 둘이 지금 뭐하는!!!...”

 “ 닫아 새끼야!!!!.”

 “ !.”

 

 당황한 표정으로 차 문을 닫아버린 유천이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 등을 돌려 후다닥 멀리로 달려가 버린다. 유천이 사라져 버리고 나서도 한참동안 주먹을 주고받던 중기의 손이 제 주머니에 들려있던 핸드폰을 꺼내든다.

 

 “ .. 아인이가 아픈 것 같아서 먼저 가겠습니다.. 저희 촬영은 끝났으니까.. 괜찮겠죠?.. .. .. 알겠습니다.”

 

 슬쩍 차 바닥에 나뒹구는 재신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던 중기의 입술이 다시 한 번 욕설을 내뱉는다. 제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마른 세수를 하는 중기를 가만히 바라보던 재신의 귓가로 낮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곤란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중기의 시선 속에 숨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제 머리카락을 벅벅 쓸어 넘긴다.

 

 

 “ 난감하네..”

 

 

 

 

 “ 난감하네..”

 

 남자의 목소리에 울상이 되어 남자를 바라보는 아인의 눈가에 어린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팔뚝으로 벅벅 제 눈가를 문지르며 눈물을 훔치는 아인을 가만히 바라보는 사내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창호문 밖에서 괜시리 왔다갔다 하며 자신들의 눈치를 보는 선준과 윤희의 그림자를 슬쩍 바라보던 남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린 아인을 향해 시선을 보냈던 사내는 낮은 신음을 내뱉고 이내 방을 나섰다.

 

 “ 흐에치!!!.. 크흠..”

 “ 이런.. 고뿔이라도 걸린겐가?.”

 

 재신의 기침소리에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사내의 손이 벽에 걸린 광목 천을 집어들어 아인이 머리 위에 얹는다. 슬쩍 눈치를 보며 제 머리카락을 닦아 내리는 아인의 앞에 검은 창의를 내려놓는다. 가만히 아인의 앞에 앉아 아인의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사내의 손이 뻗어져 나와 아인의 머리카락을 탈탈 털어낸다.

 

 “ 어찌.. 이리 닮았을까.. 나는 분명 걸오를 쫓아갔단 말이지..?.”

 “ 걸오?.”

 

 걸오라는 이름에 화들짝 반응하며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사내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아인의 얼굴에 제 얼굴을 바짝 들이댄 사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아인의 눈망울이 울렁이는가 싶더니 이내 후두둑 굵은 눈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당황한 사내가 후다닥 뒤로 물러나 앉아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다시 훌쩍 거리며 눈물을 뚝뚝 흘려대던 아인은 이내 털썩 바닥에 엎어서 어깨를 떨며 훌쩍거렸다.

 

 “ , 아니 내가 무얼 했다고..”

 “ 송중기 나쁜자식!.. 개새끼!.. 으허엉!!!.”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야 어찌 되었든 한참을 펑펑 울어대던 아인은 사내가 어쩔 줄 몰라 아인의 어깨에 손을 서너번 대었다 떼었다를 하고 나서야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아이처럼 코를 훌쩍이는 아인의 얼굴로 광목천을 가져가 엉망으로 젖은 얼굴과 코를 닦아 내린 사내의 입술이 다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뱉는다.

 

 “ 걸오를 이리도 닮아서는.. 어찌 이리 눈물이 약하시오..”

 “ .. ?.. 지금.. 걸오라고.. 그랬.. 어요?.”

 “ 그래.. 걸오라고 했지.. 그 녀석을 대신해서 내가 자네를 반수교에서 건져내지 않았겠나..?.”

 

 피식 어설프게 웃는 사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아인이 한참이 지난 후에야 상황판단을 한 듯 입술을 헤벌려 헛웃음을 흘린다.

 손을 뻗어 사내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더니 일순간 사내도 깜짝 놀란만큼 큰 소리가 사내의 귀를 찌를 듯 울려퍼진다.

 

 “ 이건 말도 안돼!!!!!!!.”

 

 

 아인은 정말 목놓아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