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4

음흉마녀 2015. 12. 6. 02:18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4

 

 

 

 무어라.. 했는가..?.”

 여림 자네의 방에 들렀다 오는 길이라 말했다네..”

 

 용하는 제가 들고 있는 술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낯짝에 만연하게 떠오른 미소에 어색하게 웃어넘긴 용하의 시선이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숙여지고 말았다.

 저를 빤히 바라보는 하얀 얼굴에 자리한 빨간 입술이 길게 찢어지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남자는 제 곁에 앉은 여인이 술을 따른 술잔을 들고 가볍게 들이 마신 상대의 시선이 용하의 얼굴로 치덕치덕 달라붙는다.

 애써 잔뜩 꾸며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제 옆에 앉은 기생의 어깨를 끌어안아 제 품으로 당기는 꼴을 가만히 바라보던 남자의 입술이 껄껄거리는 웃음 소리를 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는 사내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눈치채지 못한 여인네들과 다른 사내들의 웃음소리가 어지럽게 얽힌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기분 나쁜 홍주의 느낌에 입술을 일그러트리던 용하는 누가 볼세라 후다닥 얼굴에 가식적인 미소를 끼얹었다.

 

 여림.. 자리가 파하면.. 내 그대의 방으로 잠시 들르겠네.. 하고 싶은 얘기가 있거든..”

 .. 하하.. , 그러시게나..”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하며 웃어 버린 용하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힌다. 지금 제 방에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무지한 사내를 떠올리며 용하는 아무도 모르는 한숨을 내뱉았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낄낄 거리며 소름끼치게 웃는 미남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용하는 자신을 덮쳐오는 알 수 없는 공포감에 제 도포자락을 쥐어 잡은 손바닥이 땀에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용하의 불안감과는 다른 불안감으로 얼굴이 엉망이된 사내의 손에도 땀이 베어 나온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중기의 앞에 덮썩 무릎을 꿇고 앉은 유천의 입에 물린 숟가락이 유천이 우물거릴 때 마다 움직거린다.

 

 몰라써어~ 그러게.. 잘 가르쳐 줘야지 화만 내고.. 그리구.. 아인이한테 스토커가 있다는 얘기를 안한 형이 잘못.. !!.. 아 왜 때리고 그래요!.”

 

 억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천의 정수리로 주먹을 날린 중기의 시선이 소파에 처박혀 제 얘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TV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재신에게로 향한다.

 현관문 앞에 붙어있는 종이를 팔랑이다 바닥에 내버린 중기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아인의 집으로 갔다는 말에 놀라 달려와 보니 현관문에 이 따위 협박 쪽지가 붙어 있는 것도 모르고 뭐가 그리 좋다고 낄낄거리고 있던 유천의 뒷통수를 향해 발길질을 해버린 중기가 유천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날아온 종이 쪼가리에 입술을 삐죽이던 유천이 천천히 종이 쪽지를 펼쳐든다.

 

 -우리집에 돌아온 걸 축하해.. 기다렸어.. 아주 많이.. 같이 온 방해꾼은 빨리 돌려 보내는게 좋을거야.. 우리 아인이 요즘 내 말 잘 안들어서 화난단 말이야..

 

 , 뭐야 이 미친놈.”

 

 표정이 급격하게 굳는다. 고개를 들어올린 유천의 시선이 중기의 시선과 강하게 얽힌다.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고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 상황에 어깨를 부르르 떤다.

 처음 중기의 집으로 아인이 들어갔었을 때를 기억해 내며 유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린다. 죽은 쥐를 받았다나.. 면도칼이 집 앞에 뿌려져 있었다나.. 아인을 돌려달라 피로 쓴 편지를 받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나눴던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내며 제 이마에 오르는 식은땀을 닦아낸다.

 

 이런 중증인 놈을.. 아인이도 아니고.. 지금 여기 있는 건 몸 사릴 줄 모르는 문재신이거든?.”

 , 잘못했어요.. .. 이거 어쩌지?.”

 “ .. 후우.. 이걸.. 들으면.. 저 녀석이 이해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눈썹을 찡그리며 소파에 앉은 재신의 얼굴을 흘끗 바라본 중기의 시선이 흐릿하게 물든다. 털썩 자리에 쓰러져 천정을 바라보는 중기의 곁으로 그제서야 다가온 재신이 유천의 손에 들린 구겨진 종이 쪽지를 빼앗아 들어 잃어 내려간다.

 피식 웃어버린 재신의 손이 종이 쪽지를 팔랑인다. 감았던 눈을 뜨고 재신을 가만히 바라보던 중기의 입술이 목소리를 낸다.

 

 처음은.. 장미꽃 이었다고 얘기 했었어..”

 

 

 

 

 제 집 앞에 놓인 꽃바구니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아인의 입술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걸음을 아인이 손이 바구니를 손에 쥐어 잡는다.

 현관문이 닫히고 계단을 내려선 남자의 입술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현관문에 기대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인의 소리에 온통 귓가를 집중하던 남자는 아인이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눈썹을 찡그린다.

 

 , !.. .. 지금 들어왔어요.. , !.. 집에?... .. 먹을 거 없는데.. .. 알았.. 어요.. 기다릴게.. , !.”

 

 남자의 입술이 잔뜩 일그러진다. 이를 앙다물고 아인의 집 현관문을 노려보던 남자는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에 후다닥 계단 끝의 어두운 곳으로 다가 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던 입술이 일그러진다.

 벨을 누르자 마다 기다렸다는 듯 벌컥 열린 문 사이로 튀어나온 아인의 팔이 중기의 목덜미를 끌어안는 꼴을 보던 사내의 주먹이 강하게 그러쥐어진다.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들어 상처를 낸다. 피가 새어나와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제 목덜미를 끌어안고 자리에서 동동 뛰어대는 아인을 바라보며 웃던 중기의 손이 현관문을 닫아 버리자마자 조용히 계단을 내려온 남자의 귀가 현관문으로 바짝 달라붙는다.

 아인의 웃음소리와 중기의 목소리가 뒤섞인다. 한참 동안 가만히 자리에 선 남자의 몸이 천천히 현관에서 떨어져 나온다.

 귀여운 강아지 취급한는 중기의 목소리와 깔깔거리는 아인의 웃음소리가 뒤섞이는 장소를 벗어나려 계단을 내달린 남자가 사라진 날, 촬영장으로 배달된 선물 상자를 받은 중기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아인이 보기 전에 상자를 쓰레기통에 버려 버렸었다.

 

 -손대지마. 내 것에.

 

 중기는 단 번에 상대가 칭하는 자신의 것이란 단어의 주인공이 누군지 눈치챌 수 있었다. 슬쩍 시선을 돌려 아무것도 모르고 유천과 대본을 맞추며 웃고 있는 아인에게로 향한다.

 그저 광적인 팬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것이 두어번, 중기는 아인에게는 알리지 않으려 제게 배달된 끔찍한 편지와 선물들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시켰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아인의 입술에 장난스레 첫 입맞춤을 건넨 날, 아인이 집안에 잔뜩 뿌려진 사진과 면도칼을 내려다 보며 아연실색한 아인의 팔을 잡아끌고 무작정 제 집으로 아인의 짐을 모두 옮겼었다.

 

 , 뭔데.. 뭔데?.”

 걱정마.. 너는 내가 지켜.”

 

 호언 장담하며 아인의 어깨를 껴안았던 중기는 지금 이 상황에 이를 앙다물었다. 아인이 자신의 집으로 옮김에 분노를 표출하며 이상한 선물을 보내오던 남자는 어느 순간, 행동을 멈췄더랬다.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고중기는 그렇게 생각 했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인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듯 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종이 쪽지를 집어 던지는 재신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던 중기의 시선이 허공을 바라본다.

 

 짐 싸.”

 ?.. 여기가 저 녀석 집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위험하니까.. 박유천.. 아인이 한테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 뭔지 기억해?.”

 그대로.. 나왔!!!.”

 

 중기의 시선에 먼지 하나 없는 집의 모습이 보여진다. 남자는 아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중기의 얼굴이 엉망으로 구겨진다.

 자신은 분명, 매니저에게도.. 다른 어떤 누구에게도 청소를 부탁한 적 없었고.. 아인은 이 곳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었다.

 비밀번호를 바꿨어도, 남자는 아인의 집 비밀번호를 쉽게 알아 내고 말았던 것이다. 중기의 손이 다급하게 재신이 손목을 그러쥔다.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자신을 올려다 보는 재신을 향해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은 중기의 발걸음이 그대로 아인의 집을 나선다.

 후다닥 중기를 쫓아 집을 나서려던 유천이 다급하게 아인의 영상이 가득한 CD를 챙겨든다. 슬쩍 깨끗하기 그지없는 집안을 살펴보던 유천은 어깨를 떨며 제 팔뚝에 돋아난 소름을 털어내며 집을 나섰다.

 얼마후 제 집으로 들어오는 듯 자연스레 아인의 집을 침범한 남자의 손이 익숙하게 집 정리를 하는 모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긴.. 우리 집이니까..”

 

 비죽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남자의 손이 쥐어잡은 제 셔츠가 사정없이 구겨져 간다. 그것을 알리 없는 아인은 용하의 방 구석에서 꽤나 좋은 꿈을 꾸며 잠들어 있었다.

 아주 잠시, 어깨를 부르르 떨며 벌떡 허리를 일으켜 세웠던 아인은 몽롱한 꿈길 끝에 보이는 제 연인의 모습에 헤벌쭉 꽤나 바보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털푸덕 다시 자리로 누워버린 아인은 다급하게 제 방으로 침범한 누군가의 품에 안겨 방을 나서면서도 쉽게 눈을 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