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9

음흉마녀 2015. 12. 6. 02:22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9

 

 

 , 으아아아악!!!!!.”

 

 엄청난 격통에 몸을 떨어댄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사내의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아난다. 기부스를 한 손을 바닥에 내리 친 탓에 목구멍을 타고 처절한 비명이 온 집 안을 울린다. 석고틀로 고정된 기브스가 깨져 나간다. 두꺼운 석고가 완전히 깨질 때까지 몇 번이나 바닥에 거칠게 손을 처박아대던 남자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보고 나서야 피식 웃으며 불쑥 고개를 재신의 귓가로 가져간다. 공중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떨어졌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목구멍을 한껏 열어 비명을 내지르던 재신을 흠칫 몸을 떨었다.

 청바지 위로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재신이 아니었다. 재신은 파드득 몸을 떨며 남자를 떼어내려 했다. 제 뒷통수를 찍어 누르는 남자의 손이 희열에 차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재신의 얼굴을 내려다 보던 남자의 입술이 소리를 내어 웃고 있었다.

 

 아인아.. 아인아.. 내가 선물 가져 왔어.. .. , 이게 어디.. .. 더라.. 끄응.. !.. 찾았다.”

 , 미친!.. 뭐하는!..”

 .. .. .. 숨쉬자.. 빨리.. ? ?.”

 

 코 앞으로 바짝 들이밀어진 약병을 피하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려는 재신의 뒷통수를 강하게 짓누른 남자의 목소리가 끔찍하게 다정하다. 숨을 참고 바르작 거리며 피하던 재신의 콧구멍 안으로 짙게 파고든 향에 끝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타액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머리가 붕 뜬 기분에 고개를 아무리 저어봐도 기묘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재신은 제 등 뒤에서 의기양양하게 저를 내려다 보는 남자와 어떻게든 시선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다.

 

 .. .. …”

 

 물 먹은 솜 마냥 축축 늘어지는 몸뚱아리를 가만히 바라보는 남자의 입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떻게든 남자의 아래서 벗어나기 위해 낮은 포복으로 기던 재신은 난폭하게 자신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딱딱한 느낌에 털썩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저 멀리로 던져지는 둔탁한 음에 슬쩍 시선을 보냈던 재신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말았다. 천에 둘둘 말린 그것은, 재신과 용하 사이를 한 번 날아왔던 적이 있던 벽돌의 조각이었다. 뜨거운 느낌이 뒷통수에서 느껴진다. 눈꺼풀을 깜빡이며 손을 내뻗던 재신의 귓가로 다시금 다가온 남자의 끔찍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헤친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송중기를 죽이지 않고 끝나서.. 정말 다행이지?.. 우리 아인이는송중기를.. .........”

 

 목구멍을 타고 소리없는 절규가 새어 나온다. 후두둑 거실로 떨어지는 검붉은 핏방울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재신은 뱀처럼 제 허리를 휘감던 손이 제 바지 버클을 손에 쥔 순간, 제가 계집이라도 된 냥 소리가 나오지 않은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마 이 개새끼야!.”

 -하지마, 이 미친놈아!.

 

 번쩍 눈이 뜨인다. 움직이지 않는 몸뚱아리를 미친듯이 버둥이며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려던 재신은 허벅지를 꽉 조이던 청바지가 억지로 끌어내려지는 것에 다시금 비명을 내질렀다.

 남자의 손이 재신의 머리채를 잡아온 순간, 성균관의 한쪽 구석 징벌방에 갇힌 아인도 인수의 손에 머리채를 휘어 잡히고 말았다. 무릎을 세워 인수가 제게 더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팔을 뻗어 인수의 가슴을 밀어내는 아인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구겨진다. 아인은 멍청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용하는, 이것을 걱정했던 듯싶었다. 인수의 시선을 피하며 몸을 버둥이는 아인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인수의 입술이 천천히 아인의 귓가로 다가온다.

 

 누구냐, 네녀석.”

 , , 문재신이지 누, 누구냐니!.. , 미쳤냐!.”

 

 슬쩍 떨어져나간 인수의 입술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뻗어진 손이 아인의 뺨을 쓰다듬는다. 입술을 덜덜 떨면서도 아인은 인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난폭하게 턱을 쥐어잡힌 아인의 얼굴이 공포로 새파랗게 질려간다. 인수의 손아귀에 잡혀 눌려져 억지로 벌려진 입술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인수의 입술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덜덜 몸을 떨어대는 아인의 고개를 억지로 들어올린 인수의 손이 천천히 제 손에 한지를 열어 그 안에 담긴 가루를 아인의 입 안으로 털어 넣어 버린다. 경악에 가득찬 아인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피해보려 했지만, 인수의 손은 무자비하게 가루약을 다 털어 놓고 나서야 떨어졌다.

 

 네가 누군지.. 말하고 싶어질게야.. 느긋하게 기다려 주마..”

 

 툭 아인을 밀어 넘어트린 인수가 뒤로 물러선다. 멍하니 인수를 올려다 보던 아인이 가까스로 무릎을 세워 구석에 몸을 끼워넣고 앉은 아인의 손이 덜덜 떨려온다. 제 바짓단을 꽉 쥐어잡는 아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인수의 입술이 비죽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찌 되었다는게야!.”

 

 후다닥 달려온 용하의 손에 어깨를 잡혀 앞 뒤로 흔들리던 윤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모란각까지 달려가 상황을 전한 선준을 쫓아 내달린 용하를 향해 불안한 듯 손을 떨려 그의 손목을 그러쥔 윤희의 입술이 다급하게 열린다.

 

 징벌방으로.. 아마도 모꼬지 때의.. 무단 외박을 빌미로 삼은 듯 합니다.”

 무단?.. 무슨 소리야.. 내 그것을 정박사께 말씀 드려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고개를 가로 저어대는 윤희의 얼굴을 바라보던 용하의 시선이 홱 뒤를 돌아본다. 모란각의 입구 앞에 선 초선의 입술이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휙 뻗어진 여린 손가락이 초선의 목덜미를 쥐어 잡는다. 그 난폭한 행동에 놀란 용하의 시선이 윤희를 바라본다. 당황한 것은 초선도 마찬가지였다.

 

 초선, 내 하나만 묻겠소.. 만약 거짓을 이야기 했다간.. 내 이제 다시는 초선일 보러오지 않을 생각이오.”

 , 도련.. …”

 장의가.. 여림사형을.. 꼬여내 붙잡아 두라 명령했소?.”

 그렇습니다.. 이년.. 장의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걸.. 도련님도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오직.. 그것 뿐이오?.. 다른 것은..”

 

 가만히 윤희의 얼굴을 바라보던 초선이 고운 손을 들어올려 제 목을 그러쥔 손목을 조심스럽게 떼어낸다. 아주 잠깐동안의 침묵이 밤거리를 가른다. 붉은 입술이 천천히 떨어지며 곱기만한 미성이 흘러나온 순간, 용하는 차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을 수 없었다.

 

 이년의 방에서 두가지 분약(粉藥)을 가져오라 명 하셨습니다.. 전 내어 드렸고요.. 기생아이들이 쓰는 춘약(春藥), 다른 하나는.. 미약(媚藥)들 중.. 아무 말이나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을.. 원하셔서.. 제가 내어드렸습니다.”

 그것을.. 무엇.... 여림사형!!!.”

 

 빠르게 내달리는 용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온다. 제 이름을 부르는 선준과 윤희를 향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내달리는 용하의 머릿속이 온통 재신과 아인으로 뒤엉킨다.

 용하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린 윤희의 싸늘한 시선이 초선에게로 향한다. 가만히 허리를 숙여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넨 초선이 천천히 몸을 돌려 모란각 안으로 사라져 버린다. 초선의 어깨가 떨려온다는 것을 알며서도 윤희는 초선에게서 무정하게 등을 돌려 내달렸다.

 

 대물!.. 대물!..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는거요!.. 이리 무작정 간다고!.”

 무작정 가는 것이 아니요.. 지금 여림사형께선 분명, 징벌방으로 가실겝니다!.. 들어가게 해줄 것 같습니까?.. 유박사님께 가야 합니다!.. 명분을 따지시는 분이시니 도와주실 거 아니오.”

 왜 유박사님이오?.. 정박사께 가야 하지 않겠소?.”

 

 휙 그자리에 선 윤희가 바짝 고개를 들어올린다. 선준은 가만히 윤희를 내려다 보다 이내 윤희가 다다다 쏟아 부어대는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정박사님께선 오히려 궁금해 하실거요.. 걸오사형이 징벌방에 들어간 것이 어디 한두번이냐고.. 왜 그러냐고 물으실게 분명하단 말이오.”

 

 말을 끝맺자마자 후다닥 내달리는 윤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선준도 다리에 힘을 주어 빠르게 내달렸다. 정신없이 내달리던 용하의 발걸음이 징벌방으로 향하는 것을 바라보다 이내 후다닥 유박사가 있는 곳으로 달음질 치는 윤희와 선준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다급한 것은 민영과 유천도 마찬가지였다. 쉴새없이 우리는 신호음의 주인은 자신들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고 있었다. 거칠게 엑셀을 밟아대는 중기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었다. 민영과 유천은 불도 켜지지 않은 거실로 절뚝이며 들어선 재신의 뒤를 쫓아 들어온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것에 뒷통수를 가격당한 재신이 털썩 거실에 널부러지는 것을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던 민영은 난폭하기 그지없는 울렁거림에 그저 살고자 본능적으로 천정에 매달린 손잡이를 강하게 그러쥐었다. 아인의 집 앞에 거칠게 차를 세운 중기는 유천과 민영이 무어라 단어를 끄집어내기도 전에 차에서 뛰어내린 중기의 발걸음이 단번에 계단을 타고 오른다. 분노에 사로잡힌 중기의 머릿속엔 오로지 남자를 찢어 죽이겠단 생각만으로 가득찬 것만 같았다.

 빠르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어젖힌 중기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서 남자의 뒷덜미를 잡아챈 순간, 저를 발견한 재신의 손이 뻗어진다. 다급하게 벌어진 입술이 제 이름을 부르는 순간, 중기는 저도 어쩔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고 말았다.

 

 , 송중기!!!.”

 -, 구용하!!!.

 

잠시 멈칫한 중기를 홱 올려다 본 남자의 주먹이 중기의 턱으로 날아온다. 뒤로 한걸음 물러선 잠시 감겼던 눈이 서늘한 빛을 낸다.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 중기의 입술이 욕설을 내뱉는다. 저를 올려다보는 남자의 시선이 온통 적의에 차있다.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는 사내들의 입술이 잔뜩 날 선 욕설을 내뱉는다.

 

 송중기 개새끼!.. 또 방해했어!.. !.. 나한테서 아인이를 빼앗아 가더니.. 이번에도 또 방해했어!!!!.”

 개소리 하지마!!.”

 

 뻗어진 주먹에 얼굴을 얻어맞은 남자가 재신의 옆에 나뒹군다. 바로 일어서 중기를 향해 달려든 남자의 손이 중기의 멱살을 쥐어 잡는다.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는 남자의 허연 얼굴이 소름끼친다. 복도를 내달리는 발걸음 소리에 분노한 듯 미친듯 주먹을 내지르는 남자의 멱살을 잡아 뒤로 밀어 제게서 떼어놓은 중기의 주먹이 남자의 턱을 향해 날아간다. 재신의 옆에 널부러진 남자의 몸 위로 올라탄 중기의 주먹이 남자를 향해 마구잡이로 날아간다. 남자 또한 지지 않으려 서로 주먹을 내지르며 괴성을 내지르는 사내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재신의 이맛살이 찌부려진다.

 남자의 멱살을 쥐어잡은 중기의 입술이 절규를 내뱉는다. 퍽퍽 주먹을 내지르는 중기의 모습에 놀라 중기의 어깨를 잡고 남자에게서 떼어낸 유천의 시선이 남자를 노려본다. 자리에서 일어선 남자의 팔이 제 옆에 널부러진 재신을 끌어당겨 제 품에 안는다. 등을 파고드는 손가락이 저를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점점 더 재신을 옥죄어온다.

 

 내 거야!.. 내 거라고!!!..”

 

 잇 사이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샌다. 힘없이 파닥이는 재신이 손목을 그러쥐고 강하게 끌어당긴 중기의 품으로 풀썩 안긴 재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손이 미친듯이 재신을 잡아채려 달려든다.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소름 끼치게 차갑다. 덜덜 떨려오는 입술이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를 낸다.

 

 “ … .. 인수다.. .. .. ..”

 

 툭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손을 내려다 보던 중기의 얼굴이 엉망으로 구겨진다.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남자의 턱을 향해 다시금 주먹을 날리는 중기의 귓가로 다시금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대지마!.. 이 개새끼야!!!!.”

 -그 아이에게 손대지마!!!!!.

 

 허공을 노려보는 시선이 서로 얽힌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것을 알리 없는 사내들의 입술이 낮은 욕설을 내지른다. 아직도 자신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남자의 얼굴이 악귀처럼 엉망으로 구겨진다.

 민영의 신고에 의해 집으로 들어선 경찰들의 손에 이끌려 아인의 집에서 끌려나가면서도 남자는 약기운에 지쳐 중기의 품에 안긴 재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서늘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파드득 어깨를 떨던 민영은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입술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에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