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0

음흉마녀 2015. 12. 6. 02:23

 

 

 흐으읏.. .. “

 하하.. 참으로 꼴이 우습구나.. 반궁의 미친말이라 불린 사내가 말이다.”

 

 의자에 앉아 바닥에 널부러져 문을 향해 기어가는 아인을 내려다 보는 인수의 입술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인다. 덜덜 떨리는 팔을 간신히 움직여 앞으로 기어가는 아인의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린다. 목구멍을 타고 끅끅 거리는 울음 소리가 징벌방에 울린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징벌방을 적신다. 비비적 거리는 아인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인수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아인을 향해 다가온다.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이는 뒷통수를 잡아 누른 인수의 입술이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흩어진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아직도 걸오라 우기고 싶은 게냐…?.”

 .. .. 흐으.. .. .. …”

 

 감각이 없는 혀를 간신히 굴려 목소리를 낸다. 달달 떨려대는 손을 뻗어 창호문을 그러쥐었던 손은 하얀 손에 잡혀 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등 뒤로 꺾여 처박혔다. 잔뜩 흐려진 시선을 어떻게든 고정하려 부질없는 노력을 하는 아인의 귓가로 인수의 비웃음 소리가 웅웅 거리며 들려온다. 코를 한껏 울리며 웃는 인수의 행동에 눈썹을 찡그린 아인의 귓가로 천천히 입술을 가져간 인수의 서늘한 목소리가 비수처럼 아인의 귀를 파고든다.

 

 그 말끔한 가슴팍으로는 나를 속일 수 없을 것이다.. 그 어설픈 눈썰미로 감히 누구를 속이려 드느냐.. 진짜 걸오를 어디로 숨겼느냐.. 이 가짜놈아!.”

 

 퍽퍽 뒷통수를 가격하는 매서운 손길에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아인이 시선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엉엉 소리를 내러 울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낸 것도 잠시 눅눅한 기분이 뇌를 지배하고 온 몸을 파고들어 축축 늘어진 아인은 끝내 제 속에 감춘 이름을 끄집어 내며 애처럼 울어버리고 말았다.

 

 으어.. .. 기형.. 엉엉.. 나쁜 새끼야.. .. 놓으.. .. .. 크흥.. 미친놈아..”

 그 놈은 또 누군게냐..”

 

 꼭꼭 묶어둔 창의 사이로 불쑥 손을 디밀어 판판한 가슴팍을 쓸어내리던 인수의 입술이 다시금 비죽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얼굴 생김새가 똑같다고 해서 속을 자신이 아니었다. 가슴팍을 죽 가르던 상흔이 손 끝에 만져지지 않는다. 인수는 키득거리는 웃음 소리에 아인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어깨를 잡아 거칠게 돌려눕힌 인수의 손이 단번에 아인의 목덜미를 잡아챈다. 헤벌어진 입술 사이로 잔뜩 조여진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아인의 허리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숨이 모자라 벌게진 얼굴을 내려다 보던 인수의 귓가로 분노에 찬 용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번쩍 눈을 뜬 아인이 온 몸을 버둥거리며 인수를 제 몸에서 떼어내려 바르작거린다. 귀찮다는 듯 손을 뻗어 아인의 손목을 잡아 누른 인수의 시선이 아인을 서늘하게 노려본다.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저를 내려다 보던 인수의 얼굴이 불쑥 아인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온다.

 

 너는.. 또 어떤 것으로 내 사람을 꼬여냈느냐.. 저 아이는.. 내 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 낯짝을 가진 놈들은.. 뻔뻔하게도 내 사람을 마음대로 탐하는거지?...”

 “ … 기지.. .. .. .. 놈아!!!!.”

 

 있는 힘껏 인수를 제 품에서 밀어낸 아인이 온 몸에 힘을 끌어보아 인수의 턱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강한 타격에 털썩 넘어진 인수의 품에 안긴 꼴로 쓰러진 아인이 비죽이 미소를 짓는다. 분노로 싸늘하게 변해버린 시선이 아인을 노려본다. 팔에 힘을 주어 인수에게서 떨어지려던 아인은 인수의 손에 떠밀려 바닥에 널부러지고 말았다.

 난폭하게 창의 고름을 쥐어잡은 손에 의해 떨어져 나간 옷 고름이 저 멀리로 날아간다. 아인은 발갛게 익어버린 손을 뻗어 인수의 가슴을 떠밀어 대고 있었다. 무자비하게 뻗어진 손이 바지의 허리춤을 강하게 그러쥔다. 허리끈을 풀어내리는 인수의 거친 숨소리에 파드득 몸을 떨며 공포에 젖어버린 아이의 어깨가 거칠게 떨려온다.

 손이 뻗어져 내려와 열에 들떠 붉게 변한 맨살을 쓰다듬어댄다. 하얀 손가락이 천천히 가슴 위에서 빙글빙글 움직인다. 파르르 몸을 떨어대는 아인의 입술이 절망적인 탄식을 흘려댄다.

 

 깨끗하구나.. 고이 고이 길러진 난처럼 말이지.. 이 곳도.. 너무.. 깨끗하기도 하지…”

 

 무릎을 벌려 허벅지를 그러쥔 인수이 시선이 아인을 냉랭하게 노려본다. 꾹 여린 살을 누른 이수의 입술이 슬쩍 열리는가 싶더니 이내 싸늘한 목소리가 가슴팍을 찔러왔다.

 

 처음.. 그 미친말이 용하를 건드렸을 때.. 내 이 방에서 그 녀석의 여기를 확!.. 베어버렸지 뭔가그 끔찍한 상흔이.. 참으로 오래도 가는가 싶었는데.. 걸오라 거짓을 말하고 싶거든 제대로 속였어야지.. 그리 허술해서누가 속아주겠느냔 말이지..”

 

 인수의 입술이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약기운에 지쳐 툭 떨어지는 다리는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인수의 고개가 슬쩍 숙여서 아인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온다. 가볍게 닿은 입술 사이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걸오!.. 걸오!..”

 

 징벌방이 있는 안채로 들어선 용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허나, 그 앞을 막아선 강무의 목소리가 조용히 거절의 말을 건넨다. 강하게 어깨를 쥐어잡힌 용하의 얼굴이 야차처럼 엉망으로 구겨진다. 강무의 팔을 뿌리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용하를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던 강무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장의가 저러는 이유는 자네.. 때문인데.. 자꾸 장의를 자극할텐가…?.”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걸오는 징벌방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네!.. 내가 정박사께 사유를 이야기 했고!.”

 장의의 결정이다.”

 그 장의의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걸오를 무단외박이라 우길 거라면.. 산사에 같이 남아있던 나도 징벌방에 가야 마땅하지 않느냔 말이야!.”

 구용하 상유의 말이 맞다.. 이것은 성균관의 법도에 맞지 않아!.”

 

 후다닥 뒤를 돌아본 용하의 시선이 다급하게 달려온 선준과 윤희 사이에 선 유박사의 딱딱한 얼굴이 보여진다. 유박사의 딱 자른 듯한 목소리에 강무의 입술을 더 이상 단어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후다닥 안으로 내달린 용하의 손이 제일 깊을 곳의 창호문을 강하게 그러쥔다. 난폭하게 열린 창호문 사이로 보이는 기묘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쥔 용하의 몸이 아인의 목덜미를 잡아 쥔 인수를 향해 달려들기 직전, 아인의 처절한 비명이 용하의 귀를 날카롭게 찢고 파고든다.

 

 , 구용하!!!!.”

 -, 송중기!!!!!.

 

 파다닥 자리에서 일어선 아인이 제게 팔을 뻗어 온다. 후다닥 아인을 품에 안은 용하의 싸늘한 시선이 인수를 노려본다. 조금은 화가난 듯, 비웃는 듯 한 시선으로 용하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인수의 무릎이 천천히 일으켜 세워진다. 제 등을 끌어안은 손이 말도 못하게 뜨거워 당황한 용하의 팔이 아인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아 보호한다. 다급하게 달려온 선준은 제 앞에 홀딱 벗겨진 아인의 모습에 아연실색하며 흘끗 저 뒤에 걸어오는 윤희를 향해 눈짓을 보냈다. 후다닥 유박사의 앞을 가로막고 시선을 끄는 윤희의 행동에 후다닥 창호문을 닫아건 선준의 날카로운 시선이 인수를 노려본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대물과 걸오사형의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에 남색이냐며 저희를.. 걸오사형을!.. 압박하셨던 분 맞습니까?.. 이 것이야 말로 남색에.. 겁간이라도 하시려 하셨던 듯싶은데요.”

 겁간이라.. 이선준.. 내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역시 아비를 닮아 안하무인이 따로 없구나.. 가랑.. 저 녀석이.. 걸오 문재신인가?.”

 장의! 그게 무슨!..”

 겁간?.. 웃기지 마라.. 확인했을 뿐이다.. 내 지금 당장 저 문 밖에 선 유박사와 강무, 징벌방 밖의 모든 성균관 유생들과 학사들 앞에 그녀석을 그대로 끌고 나가 발가벗겨 놓고 걸오냐 물으면.. 누가.. 이 녀석을 걸오라 믿어줄 것 같나?.”

 

 용하를 끌어안은 아인의 어깨가 파르르 떨려온다. 머리채를 잡혀 인수에게로 딸려간 아인의 맨몸이 사내들 앞에 그대로 내보여 진다. 작은 상흔 하나 없는 깨끗한 가슴팍을 멍하니 바라보는 용하와 선준의 등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인수를 소리를 내어 두 사내를 비웃었다. 천천히 아인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간 인수의 입술이 서늘한 목소리를 낸다.

 

 걸오가.. 이 나를 기억하지 못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남의 족보를 돈으로 산 중인 녀석이 사대부 노릇을 한다.. 내 그걸 가지고 이 곳에서 여림 구용하는 벌하겠다 말했을 때.. 문재신이 어땠는 줄 아는가..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농으로 던진 말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내 가랑이 사이를 기었다구용하.. 홍벽서와 가짜 홍벽서가.. 걸오 문재신 한사람 이라면.. 그댄.. 어쩌겠는가…?.”

 그 무슨!.”

 너 때문이다.. 그 녀석이 제 절개도 자존심도 진창에 처박고 내 개가 되어 내가 시키는대로 노론이든 소론이든 도둑질까지 해대는 이유.. 그런데.. 그런 놈이.. 이 따위 파들파들 떨어 대기만 하는 이런 놈과 이디 감히 비교를 하냔 말이다.. 이 녀석은 말이다.. 걸오랑 다른 의미로 남자를 아는 몸이거든?.”

 하인수!.”

 

 쭉 뻗어진 손이 재신의 다리 사이를 꽉 쥐어 잡는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아인의 입술이 끊어질 듯 소리로 만들어지지 못한 비명을 내지른다. 용하의 손이 후다닥 아인을 제 품에 끌어안는다. 다급하게 손을 뻗어 인수를 아인에게서 떼어낸 선준이 유박사의 발걸음 소리에 후다닥 아인의 다리에 바지를 끼워 넣었다. 유박사의 손이 창호문을 열어젖힌 순간, 간신히 허리끈을 묶어낸 선준이 축축 늘어지는 아인의 몸을 끌어안아 부축하고 후다닥 징벌방을 벗어난다.

 유박사가 아인을 쫓아 징벌방을 나가서 나서야 멍하니 선 용하의 곁으로 다가온 인수의 입술이 천천히 용하의 귓가에 잔인한 단어를 쏟아낸다.

 

 가보게.. 걸오 낯짝의 그 놈을 돌봐줘야 하지 않겠나어디 한 번잘 해보시게.. 걸오 낯짝의 저 녀석을 위해서도 옷고름을 풀어줄지.. 어디 한 번 기대해 보지..”

 그게 무슨!.”

 초선이의 춘약이.. 어디 그냥 춘약 일 줄 아는가?...”

 

 서늘한 웃음소리가 징벌방을 날카롭게 울린다. 가만히 인수를 노려보던 용하의 몸이 무정하게 돌려진다. 후다닥 중이방을 향해 내달리는 용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린다.

 용하의 등을 바라보던 인수의 시선이 서늘하다. 허리를 껴안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낸 인수의 시선이 제 옆에 선 강무를 물린다. 한걸음 한걸음 내딧는 인수의 시선 끝에 촛불이 은은히 일렁이는 중이방의 두 사람의 그림자와 어쩔 줄 모르고 방 앞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윤희의 손목을 그러쥐고 용하의 방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중이방 앞에 선 인수의 시선이 서로를 마주한 사내들의 그림자로 고정된다.

 엉엉 우는 목소리를 달래려는 듯 팔을 뻗어 아인을 끌어안아버리는 용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강하게 주먹을 쥔 인수의 입술 사이로 서늘한 숨이 샌다.

 

 걸오를 배신할 수 있는지 한 번 두고 보지..’

 

 와락 아인을 끌어안은 용하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얽힌다. 질끈 눈을 감은 용하의 입술이 단어를 쏟아낸다.

 

 아인, 아인.. 나 좀 보게.. 하루.. .. 하루만.. 진짜 걸오가 되주게.. 그래야.. 자네가 살아.”

 -문재신, 오늘 너 유아인 취급 할거니까.. 때리든 욕하든 멋대로 해봐.

 

 참담한 목소리가 뒤섞인다. 정신을 놓아버린 멍한 시선의 사내들이야 모르겠지만, 서로의 상황을 이해한 두 사내는 가슴 한가득 스미는 투기심에 이를 앙다물었다.

 떨리는 손길로 상대의 옷깃을 그러쥔 새하얀 손길이 기나긴 밤의 시작을 알렸다.





 초야... 한 커플은 코믹이요... 한 커플은 섹시한 밤이라.. 그런 걸 쓰고 싶습니다... 흐흐흐

전, 변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