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2

음흉마녀 2015. 12. 16. 00:39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2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유아인, 내가 너를 용서할 줄 알아?!!!!!.”

 

 제 머리를 틀어쥐고 바닥에 엎드린 사내의 입술이 거친 숨을 내쉰다. 이를 앙다물고 엉망으로 구겨진 얼굴을 한 사내의 입술이 쉴새 없이 욕설을 중얼거린다. 철창 밖에서 그런 사내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형사가 눈썹을 찡그리다 자리에서 벗어난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한참이나 숨을 고르던 사내를 향해 걸음을 옮겨온 남자가 조용히 입술을 연다.

 

 “ .. 도련님, 일어나세요.. 집으로 가셔야 합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 사내의 몸이 비틀비틀 유치장의 문 앞으로 걸어간다. 어깨에 둘러지는 자켓을 신경질적으로 던져 버린 사내의 손이 귀에 쑤셔 박아져 있던 이어폰을 빼내어 던져 버린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시선이 가만히 허공을 노려본다. 사내의 바지주머니에선 아직도 쉴새 없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은 사내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이 온통 뒤덮힌 하얀 얼굴이 노기를 띈다. 꽉 쥐어진 주먹이 새파랗게 질린 것을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한, 어두운 중일방의 문 곁에 서서 방 안에서 들려오는 사내들의 숨죽인 신음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천천히 등을 돌려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입술이 낮은 욕설을 내뱉는다.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딱딱하게 굳어진 하얀 얼굴의 사내가 가만히 밤하늘을 바라본다. 등 뒤에서 제 발목을 붙잡는 용하의 목소리에 피식 비웃음을 지어 보인 사내의 입술이 낮은 욕설을 내뱉는다.

 

 아인.. .. 조금만.. , 천천.. 흐읏.. .”

 , , , 미안.. .. , 내가 잘.. .. 몰라.. .. 흐읏.. !.”

 

 용하의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는 익숙치 않은 이름자에 저도 모르게 비웃음을 흘린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재신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저 이상한 녀석을 이용해 자신을 제가 갖고 싶은 것만 가지면 되는 것이었다. 사내의 입술이 연신 처절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저 관계를 완전히 망가트려 버리기만 하면 제가 원하는 것은 곧장 제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었다. 사내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은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흐리게 웃는다.

 

 나는.. 너를 갖는다.

 나는 절대로 그 자식에게서 널 빼앗아 주마.

 그러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이라도 해주마.

 그래 구용하. 어디 한 번 그 놈을 그리며 버텨봐.

 니가 끌어안은 그 놈부터 죽여주마.

 

 어두운 밤 길로 사라져 버린 사내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거짓 연인이 한 침의 틈도 주지 않고 서로에게 거짓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 너 지금 뭐하냐?.”

 영화 보잖아.”

 난 지금 뭐하고 있는 것 같냐?.”

 빵 먹고 있구만.”

 

 중기의 목소리에 낮은 한숨을 내쉰 재신이 기브스를 한 팔을 움직거리며 제 허리에 감긴 팔을 떼어내려 바르작거리는 머리통에 손을 가져다댄 중기가 재신의 머리를 확 잡아당겨 제 가슴팍에 처박아 버린다. 등 뒤에 앉은 중기의 힘을 이기지 못해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재신의 얼굴이 잔뜩 구겨진다. 푹 고개를 숙여 재신의 어깨에 고개를 기댄 남자의 중기의 시선이 철 지난 영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재신의 손에 들린 먹다만 빵을 우걱우걱 씹어댄다.

 

 , 너 지금 뭐하는 거냐고!.”

 영화 본다고 말했잖아.”

 !!, 내가 물어본 건!.”

 항상 이렇고 있었어. 우리는.. 쉬는 날이면.. 이러고 있었다고.”

 

 벌겋게 달아오른 재신의 얼굴을 무미건조하게 바라보며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중기는 재신의 손에 들린 빵을 모두 빼앗아 먹고 나서야 재신의 어깨에 기댄 얼굴을 들어올렸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앉아 신경질적으로 빵봉투를 들쑤시던 재신의 입술이 다시 한 번 욕설을 내뱉는다.

 

 야 이 미친 자식아!!. 뭐하는 짓이야!!!.”

 , 휴일엔 항상 이러다 보니 습관이…”

 

능글맞게 웃는 중기의 머리통으로 날아온 손이 강하게 정수리를 때리고 떨어진다. TV화면을 바라보던 몸을 반쯤 돌려 중기의 얼굴을 노려보는 재신의 가슴이 거칠게 들썩인다. 중기는 마치 제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이가 아인이 아닌가 잠시 말도 안돼는 상상을 해버리고 말았다. 얇은 티셔츠를 들추고 안으로 파고들어 맨살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빠르게 재신의 뒷통수를 그러쥐고 거칠게 입술을 부벼댄다. 깜짝 놀라 뻗어나온 손이 중기의 가슴팍을 거칠게 때린다. 하지만, 중기는 꽤나 애절하게 재신을 제 품에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개자식!!!!.”

 넌 왜 유아인이 아닌거냐.”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번쩍 들어올린 재신을 차마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허공에 멈춰서야 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둡게 가라앉는다. 부들부들 떨리던 손가락이 천천히 중기의 머리통 위에 조심스레 얹어진다. 가볍게 쓰다듬는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내쉬던 중기의 팔이 와락 재신을 끌어안는다.

 

 유아인이.. 너무.. 보고 싶다.. 유아인이 너무 보고 싶어.”

 그래, 그래 알았다.”

 

 등을 강하게 끌어안은 손의 애절함에 재신은 천천히 팔을 뻗어 중기의 등을 다정스레 토닥인다. 재신의 어깨로 파묻힌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눈을 내리감은 재신의 입술이 한숨을 내쉰다. 축축하게 젖어오는 셔츠가 느껴져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린 재신의 손이 다정하게 중기의 등으로 다가와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제 가슴팍을 격하게 치밀어 오르는 슬픔에 눈꺼풀을 내리 감고 심호흡을 한다. 어찌 해야 자신은 용하를 다시 제 품에 한 번 끌어안을 수 있을 까.. 재신은 이를 앙다물고 터져 나오려는 오열을 간신히 참아 낸다. 천천히 뒤로 돌아앉아 중기와 시선을 맞춘 재신이 중기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기대어 본다.

 

 나도 그 녀석이 너무 보고 싶다. 그 녀석을 이리 안아보고 싶다.”

 그게 언제쯤인지.. 너무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아.”

 

 후두둑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애써 무시한 재신의 눈꺼풀이 점점 내리 감긴다. 그 시각 중기와 똑 같은 얼굴의 사내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재신은 얼마나 자신을 탓했을까어두운 방 안에 앉아 서책을 읽어 내려가던 용하의 눈꼬리에 매달렸던 눈물이 서궤에 떨어져 내린다. 가만히 용하의 앞에 앉아 용하의 눈치를 보던 아인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재신의 서책을 읽어 내려가던 용하의 시선에 작은 쪽지가 보인 순간, 용하는 더 이상 소리를 죽이지 못하고 오열을 쏟아내고 말았다.

 

 안에 있었.. 어요?.”

 , 이런 것을 숨겨 놓았는지.. .. 왜 그랬을까.”

 

 손에 쥐어진 잔뜩 굳어진 화선지를 가만히 바라보는 아인의 눈동자가 떨려온다. 원망이 가득 담긴 서신일 뿐이건만, 용하는 그가 써내려간 글자 하나 하나에 비통한 오열을 쏟아내고 만다. 천천히 뻗어진 아인의 손이 용하의 눈가를 쓸어 내린다. 그 다정한 손길에 저도 모르게 와락 아인의 품에 안긴 용하의 입술이 다시금 조용한 오열을 쏟아낸다.

 

 그렇게, 보고 싶어요?”

 그래, 나의 정인인데.. 보고싶지 않을리가 없지.. 그대도.. 내 마음을 알지 않는가..”

 

 다시금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눈물을 다정스레 닦아 내린 아인이 서글프게 웃는다. 천천히 제 품에 안긴 용하의 어깨가 잘게 들썩인다. 천천히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가만히 눈을 감은 용하의 입술이 푸스스 뜨거운 숨을 뱉어낸다. 새벽녘의 서글픔을 온 몸으로 맞으며 사내들이 서러운 눈물을 삼킨다.

 

 .. 내요.. 내일은.. 달라 질거야..”

 [ 걱정 하지마, 꼭 네 품에 돌아올 테니.. 그 때까진 곁에 있어주마.]

 

 밝아온 아침이 악몽이었음을 알았다면, 용하와 중기는 그렇게 타인의 품에 안겨 있을 수 있었을까.. 어리석은 위안에 기대어 어설프게 꾸던 꿈은 아침 햇살과 함께 산산히 부서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