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장편 9

[택정환] 달라 08

정환은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교실로 몰려든 구경꾼들과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가뜩이나 날카로운 신경이 더 예민하게 곤두선다. 선우와 동룡이 정환의 주변에서 사람들을 머 멀리 밀어내 보지만, 기자들의 보도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환을 자꾸만 제게 내밀어지는 녹음기를 피해 자리에서 일어서 후다닥 화장실을 향해 내달렸다. 뒤를 따르는 동룡이 정환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정환을 지금 이 상황을 피하고만 싶었다. " 김정환씨!" " 김정환 학생!" " 대답을 해주세요!" 저를 쫓아 내달리는 기자들의 고함소리에 제 귀를 틀어막고 내달리던 정환이 화장실로 숨어들고 나서야 멈춰선 기자들이 아쉬운 한숨을 내쉰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

기타/장편 2016.06.10

[택정환] 달라 07

" 말해." 가만히 멈춰선 정환의 시선이 슬쩍 열어젖혀진 문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도시락으로 고정된다. 제 등뒤에 서서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초밥 도시락을 던져버린 택의 서늘한 목소리가 정환의 등으로 꽂힌다. 제게로 뻗어오는 서늘한 알파의 분노의 향이 정환을 찢어발길 듯 날카롭게 파고드는 탓에 정환은 그대로 굳어지고 만다. 천천히 카펫을 즈려밟는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어깨가 움츠러든다. 천천히 손을 뻗어 등을 쓰다듬고 위로 올라와 어깨를 그러쥔 택의 입술이 천천히 정환의 귓가로 다가온다. " 말해. 들어줄 테니까. 경기 끝나고 얘기한다는게 뭐야. 얘기해." " 야, 야.. 최택." " 말해, 말 하라고. 뒤에서 나 몰래 너희끼리 나를 가지고 놀면서 화나게 하지 말고. 말해!!!!!" 거칠게 ..

기타/장편 2016.05.01

[택정환] 달라 05

" 아! 아! 어, 엄마! 아! 아파! 아파요!" " 으이구! 내가 못살아 못살아!!! 너! 어디! 갔다가! 이제! 서야! 집! 구석에! 들어! 와!!!" " 아! 아! 엄마! 엄마! 아프다고요! 아파요! 그러니까 말을!! 말을 좀 들으라고요!!" 다짜고짜 날아오는 손바닥을 피해 몸을 잔뜩 웅크린 정환의 비명소리에 문 밖에 서있던 택이 얼마 있지도 않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유리 문으로 보여지는 정환과 미란의 그림자에 택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정환을 끌어내고 싶은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정환은 분명 제가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미란의 손에 등짝을 내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택은 금방이라도 계단을 뛰어오르고 싶은 생각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느라 ..

기타/장편 2016.03.22

[택정환] 달라 03

" 아우 씨!" " 택인 줄 알았냐? 택이 데리고 그 자리만 피하면 되는 줄 알았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정환의 정수리로 다가온 손이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가만히 시선을 맞추며 불만 섞인 표정을 잔뜩 지어 보이던 정환의 입술을 타고 다시 한 번 욕설이 튀어 나온다. 그런 정환의 모습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소리를 내어 웃던 동룡이 부끄러움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가까이로 제 얼굴을 들이밀고 꽤나 뜨거운 시선을 보내다 이내 정환의 앞에 바짝 들어 앉은 동룡이 가만히 정환의 어깨에 제 얼굴을 기대어 본다. " 야, 너 왜 내 머리 잡았냐?.. 택이랑 일단락 한거 아니었어? 뭐 선우 어머님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약속 한 것 때문에 그런거야?" " 정환아, 너 나를 그렇게 밖에 생각 못하냐? 이 ..

기타/장편 2016.03.12

[택정환] 달라 02

선우의 말의 파장을 꽤나 컸다. 깜짝 놀라 선우의 얼굴을 바라보는 정환과 택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이내 꽤나 멋드러진 미소를 지어 보인 선우가 빨르게 팔을 뻗어 이불로 어깨를 감싸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주변의 눈치를 보는 정환의 어깨를 가만히 틀어쥔다. 천천히 허리를 숙여 정환의 귓가로 제 입술을 가져간 선우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낸다. 택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동룡과 덕선의 귀에도 듣기 좋은 목소리가 파고들어 파문을 일으킨다. " 무효로 만드는거? 간단해.. 우리 정환이랑 나랑 상성이 맞아서 학교에서 안내책자를 줬거든.. 아마 택이는 아직 그런거 못받았아서 모를텐데.. 내가 얘기 해줄게." " 안돼. 선우야. 그러지마."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잔뜩 긴장해 눈..

기타/장편 2016.02.29

[택정환][정환총수] 달라 00

오메가버스 주의! 정환택 No No 택정환! 거의 정환총수 “ 덕선아, 안돼.. 그러지마.” “ 왜 안됀다는건데? 택이 니가 그럴 자격..” “ 좋아해.. 내가.. 정환이, 좋아해.” 덕선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던 택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탁. 하는 바둑돌을 놓는 소리가 팽팽하게 당겨진 실처럼 잔뜩 긴장한 방 안에 울린다. 무언가 우물우물 내뱉으려던 덕선은 억울한 듯 힘겹게 입술을 연다. “ 나, 나도 저, 정환이 조, 좋아해!” “ 아니, 그건.. 알파가 오메가를 원하는 것일 뿐이야.” “ 그,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요즘 세상에 여, 여자 알파랑 남자 오메가도.. 이, 이상한거 아니란 말이야!” 탁. 다시 한 번 바둑돌이 놓이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신경질 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덕..

기타/장편 201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