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장편

[택정환] 달라 03

음흉마녀 2016. 3. 12. 19:32

" 아우 씨!"

" 택인 줄 알았냐? 택이 데리고 그 자리만 피하면 되는 줄 알았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정환의 정수리로 다가온 손이 다정하게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가만히 시선을 맞추며 불만 섞인 표정을 잔뜩 지어 보이던 정환의 입술을 타고 다시 한 번 욕설이 튀어 나온다. 그런 정환의 모습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소리를 내어 웃던 동룡이 부끄러움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가까이로 제 얼굴을 들이밀고 꽤나 뜨거운 시선을 보내다 이내 정환의 앞에 바짝 들어 앉은 동룡이 가만히 정환의 어깨에 제 얼굴을 기대어 본다.

 

" 야, 너 왜 내 머리 잡았냐?.. 택이랑 일단락 한거 아니었어? 뭐 선우 어머님이랑 우리 부모님이랑 약속 한 것 때문에 그런거야?"

" 정환아, 너 나를 그렇게 밖에 생각 못하냐? 이 바보야.. 처음 듣는 것 처럼 잘 해야 택이가 덜 맞을거 아니야~ 임마, 머리카락 고거 좀 잡았다고 눈을 아주.."

" 존나 아팠거든? 택이 엄청 놀랐을 건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 머리카락을 털어대는 정환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일부러 소리를 내어 숨을 툭툭 내뱉던 동룡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가만히 그런 동룡을 바라보던 정환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동룡의 안면을 가볍게 내리친다. 입술을 삐죽이며 정환을 바라보던 동룡이 방바닥에 드러누워버린다.

 

" 택인 너 발현되기 전부터 좋아했었어, 뭐..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 였지만, 공터에서 둘이서 피터지게 싸우고 장렬히 깨진 내가 포기 한 걸로 택이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그럼 남자답게 도와줘야 되지 않겠냐."

" 웃기고 있네."

 

툴툴거리는 목소리와 달리 얼굴에 가득 담긴 미소에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인 동룡이 툴툴 정환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바닥에 쭉 내밀어진 동룡의 팔에 머리통을 대고 누워 가만히 동룡을 바라보다 휙 팔을 뻗어 동룡의 품에 파고든 정환이 답답한 듯 한숨을 푹푹 내쉰다.

홀로 남겨진 택이 걱정되어 죽겠으면서도 선우와 덕선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택에게 가지도 못하고 홀로 걱정만 하고 있자니 답답해 죽을 것만 같았다.

언제 였던가. 정환은 아까 전의 상황에 한 번 더 빠졌던 적이 있었다. 분명,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택의 방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뒹굴거리고 있던 두 사람을 발견한 동룡은 제가 들고있던 붉은 줄이 새겨진 테잎을 떨어트리고 그대로 멈춰 한참을 자신들을 바라보던 동룡은 집이 떠나갈 것처럼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다짜고짜 정환의 다리 사이에 완벽하게 자리를 잡고 판판한 가슴팍에 얼굴을 부벼대던 택을 향해 달려든 동룡의 손아귀에 멱살이 잡혀 방바닥을 나뒹굴던 택의 얼굴로 쏟아진 동룡의 목소리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택과 같은 마음이었다고 악다구니를 써대는 동룡의 주먹에 두어번 제 턱을 내어준 택도 동룡의 말에 자극 받아 거세게 반항하듯 주먹을 날렸고, 깜짝 놀라 둘 사이를 파고든 정환은 서로를 잡아당기는 손아귀에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한참을 뒹굴던 소년들은 방문을 열고 당황한 시선을 보내는 택의 아버지의 중재에 그 자리에 앉아 한참이나 숨을 고른 후에 해가져 어둑한 공터에서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주먹을 내질렀었다.

 

" 내가 최택한테 지다니..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 야! 야! 이 미친 허리 안놔?!"

" 한 번만 우리 정환이 안아보자! 아까워~ 정환이 아까워어~!!"

 

휙 고개를 돌려 정환을 끌어안은 동룡이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히죽 웃어대는 모습에 피식 웃어버린 정환이 동룡의 등판으로 손을 뻗어 툭툭 토닥이는 정환의 손길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인 동룡의 입술이 무언가 단어를 꺼내려 하기 진전, 거칠게 열어젖혀진 문 사이로 뛰어든 택의 손이 동룡의 품에 안긴 꼴이 되어있는 정환의 손목을 그러쥐고 동룡의 품에서 떼어내 자신의 품에 끌어안는다.

느긋하게 일어서 앉은 동룡이 가만히 택의 얼굴을 바라본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 택의 눈두덩이에 콕하고 박힌 멍자국을 바라보는 정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팔을 뻗어 멍울을 쓰다듬는 손가락이 걱정으로 덜덜 떨려오는 것을 바라보는 동룡의 눈동자에 씁쓸함이 내려앉은 것을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택의 얼굴에 시선을 집중하고 턱을 난폭하게 그러쥔 정환이 택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다른 곳에 상처는 없는지 멍든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동안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룡이 슬쩍 입술을 연다.

 

" 그건 그렇고, 그 둘은 어떻게 하고 왔어? 선우도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설 것 같지 않고.. 덕선이 걔도 뭐..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 응, 지금 막 화내고 있어.. 선우가 덕선이한테 덕선이는 안된다고 못박았는데, 그거 때문에 엄청 화났는지 덕선이가 진짜 세게 선우 때렸어.. 나는 그거 보고 몰래 도망쳤고."

" 이 눈은 누가 그런건데."

 

갑자기 끼어든 정환의 목소리에 입술을 내밀어 아이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인 택이 '선우'라는 단어를 내뱉는다. 어느새 방 밖에 다녀온 동룡이 택과 정환의 앞에 주스잔을 내밀었다. 어느정도 싸움이 진정되면 분명 택과 정환을 다시 찾으려고 같이 제 집으로 올 것이 분명하다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동룡의 말에 뒤적뒤적 제 주머니를 들쑤셔 꺼낸 각이 잘 서 새것 같은 두툼한 지갑을 들어보인 택이 씩 미소를 지어 보이자 동룡도 눈을 휘어 웃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 의미를 모르는 정환만 휙휙 고개를 저어 동룡과 택을 번갈아 보던 정환의 몸이 택의 손에 의해 일으켜 세워진다.

제 허리로 다가와 강하게 저를 끌어안은 택의 시선을 향해 의문을 보내기도 전에 정환의 몸이 동룡의 방 밖으로 끌려나간다. 엄청나게 음흉한 시선으로 정환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대는 동룡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제서야 뭔가 눈치챈 정환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택의 어깨에 제 얼굴을 파묻는다.

 

" 택아, 택아 너 어디가게.. 응? 태, 택아, 택아!"

" 야 개정팔!!!!!!!!"

" 야, 야야.. 튀, 튀, 튀, 튀어!!!!!"

 

등뒤에서 들려오는 사자후에 놀란 듯 와락 택의 손목을 그러쥔 정환이 후다닥 등 뒤에서 들려오는 추격자들의 발소리를 피해 내달린다. 이제서야 제대로 찾은 제 짝의 손을 그러쥐고 빠르게 내달리는 정환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제서야 미소를 지어 보이던 택의 고개가 휙 뒤를 돌아본다.

분노한 선우의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과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덕선의 얼굴을 애써 모른척하며 다리에 힘을 주어 좀 더 정환과 보폭을 맞춘다. 등뒤에서 뻗어오는 세 사람분의 알파향에 공포에 질린 정환의 무언의 비명이 좁은 골목길 안을 울린다. 분명, 이 골목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리 쉽지도, 평안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정환은 골목을 벗어나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제 손을 마주잡아오는 택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열기에 취해 정환은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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