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36

[태오철수] Hunting 01

탕!~. 화약 냄새가 피어 오르는 하얀 눈밭 위에 멍하니 서있던 남자들의 시선에 풀썩 쓰러지는 길다란 그림자가 보인다. 방금 전 까지 자신들에게 달려들어 살을 찢고 허연 이를 들어내고 울부짖던 짐승이라는 것에 잔뜩 긴장한 사내들의 발걸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 가만히 가늠쇠에서 시선을 뗀 태오가 제 곁에 선 사내들 앞에 굵은 쇠사슬이 달린 가죽목줄을 툭 던지고 돌아선다. 대웅의 손에 제가 들고 있던 총을 넘기고 눈동자를 돌려 제 곁에 선 엉망으로 망가진 사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얼굴 한가득 한심하다는 노골적인 표정이 새겨져 있었다. 태오의 무언의 명령에 후다닥 내달려 하얀 눈 위에 쓰러진 그림자를 향해 달려나간다. " 이번엔 제대로 해. 또 내가 나서게 하지말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눈길을 내려서..

[중기아인][걸오여림] 몽리(夢裏) 16

" 걸오!" 제 허리에 감긴 강한 팔에 잡혀 물 속에서 튀어나온 용하의 입술을 타고 익숙한 별호가 터져 나온다.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내달린 선준과 윤희의 시선이 제 앞에 선 재신을 마치 꿈을 꾸는 듯 한 얼굴로 멈춰선다. 등 뒤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휙 고개를 돌려 저를 향해 달려오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재신의 입술이 피식 비웃음을 흘린다. 빠르게 뻗어진 손이 어설프게 들린 검을 빠르게 빼앗아 든다. 제 등뒤로 익숙하게 연인을 숨긴 재신의 발걸음이 후다닥 다리 위로 뛰어오른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아직은 알아차리지 못한 사내의 발걸음이 의기양양하게 둘을 향해 달려온다. 걱정스러운 듯 제 등 뒤에 서서 제 옷깃을 그러쥔 연인을 제 뒤로 완벽하게 숨긴 재신이 제 머리통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가볍게 쳐낸다...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5

" 여림 사형, 이러다 큰일 납니다! 좀 더 생각을 하시고!" " 전하의 명을 잊었는가.. 우리에게 하신 말씀의 뜻이 무엇인지.. 대물 자네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 그래서 하는 말씀입니다. 막무가내로 이리 들어가셨다 무슨 일이라도 당하시면 어쩌시려 하십니까.. 사형! 사형!" 막무가내로 담을 넘으려는 용하의 유생복을 그러쥐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윤희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용하는 휙 몸을 돌려 담벼락에 매달렸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사내의 한숨소리에 의문을 보내던 용하는 제 몸을 불쑥 위로 밀어 올리는 힘에 떠밀려 담벼락 안으로 떠밀어 버린 선준이 이내 담벼락에 매달린다. 펄쩍 안으로 뛰어든 선준이 용하의 손목을 잡아 끈다. 자신들 뒤에서 저희들을 부르는 윤희의 목소리에도 아랑..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3

어둠은 순식간에 네 사람을 집어삼킨다. “ 뭐.. 뭐라고?” 아인은 지금 제가 들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저를 바라보며 히죽 웃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인수의 모습에 아인은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그대로 굳어진 아인의 얼굴 가까이로 제 얼굴을 가져간 인수가 한껏 꾸민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뻗어진 손이 뒷통수를 강하게 그러쥐고 끌어당긴 인수의 시선이 가만히 아인의 얼굴을 노려본다. 입술을 가져와 닿을 듯 말 듯 가깝게 얼굴을 들이밀고 미소를 지어 보인 인수의 서늘한 목소리가 허공에 잔인하게 흩어진다. “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대가 정녕 문재신 본.인. 이라면 말이다. 니가 내 발바닥 아래서 기었던 ..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2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2 “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용서 못해!!!!!!. 유아인, 내가 너를 용서할 줄 알아?!!!!!.” 제 머리를 틀어쥐고 바닥에 엎드린 사내의 입술이 거친 숨을 내쉰다. 이를 앙다물고 엉망으로 구겨진 얼굴을 한 사내의 입술이 쉴새 없이 욕설을 중얼거린다. 철창 밖에서 그런 사내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형사가 눈썹을 찡그리다 자리에서 벗어난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한참이나 숨을 고르던 사내를 향해 걸음을 옮겨온 남자가 조용히 입술을 연다. “ .. 도련님, 일어나세요.. 집으로 가셔야 합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 사내의 몸이 비틀비틀 유치장의 문 앞으로 걸어간다. 어깨에 둘러지는 자켓을 신경질적으로 던져 버린 사내의 손이 귀에 쑤셔 박아져 있던 이어폰을 빼내..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0

“ 흐으읏.. 읏.. “ “ 하하.. 참으로 꼴이 우습구나.. 반궁의 미친말이라 불린 사내가 말이다.” 의자에 앉아 바닥에 널부러져 문을 향해 기어가는 아인을 내려다 보는 인수의 입술이 피식 미소를 지어 보인다. 덜덜 떨리는 팔을 간신히 움직여 앞으로 기어가는 아인의 입술이 타액으로 번들거린다. 목구멍을 타고 끅끅 거리는 울음 소리가 징벌방에 울린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징벌방을 적신다. 비비적 거리는 아인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인수가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아인을 향해 다가온다.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이는 뒷통수를 잡아 누른 인수의 입술이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인다. 중저음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흩어진다. “ 쓸데없는 짓을 하는구나.. 아직도 걸오라 우기고 싶은 게냐…?.” “ 다… ㄱ.. ㅊ.. 흐..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9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09 “ 으, 으아아아악!!!!!.” 엄청난 격통에 몸을 떨어댄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사내의 웃음소리에 소름이 돋아난다. 기부스를 한 손을 바닥에 내리 친 탓에 목구멍을 타고 처절한 비명이 온 집 안을 울린다. 석고틀로 고정된 기브스가 깨져 나간다. 두꺼운 석고가 완전히 깨질 때까지 몇 번이나 바닥에 거칠게 손을 처박아대던 남자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을 보고 나서야 피식 웃으며 불쑥 고개를 재신의 귓가로 가져간다. 공중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떨어졌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에 목구멍을 한껏 열어 비명을 내지르던 재신을 흠칫 몸을 떨었다. 청바지 위로 느껴지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재신이 아니었다. 재신은 파드득 몸을 떨며 남자를 떼어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