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태오철수] Hunting 01

음흉마녀 2016. 6. 3. 01:36

 

탕!~.

 

화약 냄새가 피어 오르는 하얀 눈밭 위에 멍하니 서있던 남자들의 시선에 풀썩 쓰러지는 길다란 그림자가 보인다. 방금 전 까지 자신들에게 달려들어 살을 찢고 허연 이를 들어내고 울부짖던 짐승이라는 것에 잔뜩 긴장한 사내들의 발걸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

가만히 가늠쇠에서 시선을 뗀 태오가 제 곁에 선 사내들 앞에 굵은 쇠사슬이 달린 가죽목줄을 툭 던지고 돌아선다. 대웅의 손에 제가 들고 있던 총을 넘기고 눈동자를 돌려 제 곁에 선 엉망으로 망가진 사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얼굴 한가득 한심하다는 노골적인 표정이 새겨져 있었다. 태오의 무언의 명령에 후다닥 내달려 하얀 눈 위에 쓰러진 그림자를 향해 달려나간다.

 

" 이번엔 제대로 해. 또 내가 나서게 하지말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눈길을 내려서는 태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은 한숨을 내쉰 대웅은 다시 시작된 사내들의 비명과 짐승의 울부짖는 소리에 움찔 어깨를 떨다 천천히 앞으로 나서 태오가 방금 오른 차의 운전석에 올라앉아 가만히 사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격하게 반항하여 몸부림치는 짐승의 팔다리를 포박하고 짓눌러 고급가죽으로 만든 목줄을 걸고 나서야 뒤로 물러선 사내들이 짐승을 질질 끌고 언덕을 내려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느긋하게 손을 뻗어 뒷좌석 문을 열어젖힌 태오가 짐승을 향해 손을 뻗는다. 순간, 허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짐승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오의 입술이 조용히 열린다.

 

" 들어와."

 

아무런 대답없이 뻗어진 손이 툭 정갈한 이마를 두드린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마주하려는 태오를 향해 이를 드러내고 달려들려던 짐승은 애석하게도 제 뒤에 선 사내들이 손에 그러쥔 사슬을 잡아당겨 버리는 사내들의 우악스러운 힘에 떠밀려 털썩 뒤로 나뒹구는 짐승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오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어 짐승의 코 앞으로 손을 가져간 태오의 입술이 다시 한 번 열리며 명령을 내린다.

 

" 들어와. 얌전히. 더 이상은 안참아줄거야."

 

드디어 태오의 말 뜻을 전부 이해한 짐승이 흙바닥을 득득 긁어대던 손을 들어올려 반질반질한 손바닥에 제 손을 얹는다. 다음 순간, 휙 저를 잡아당기는 힘에 쉽게도 차 안으로 처박힌다.

천천히 출발하는 차 안에서 불안한 듯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애절하게 바라보는 짐승의 머리통을 강하게 그러쥔 손이 제 품으로 여린 짐승을 끌어 들인다. 팔 다리를 버둥이는 짐승을 제품에 끌어안은 차가운 손이 짐승의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는다. 두려움에 잔뜩 긴장한 짐승의 머리통에 제 코를 처박고 한참이나 가만히 향을 맡아대던 태오의 손이 피범벅인 셔츠의 옆구리를 강하게 틀어쥔다.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이는 짐승을 꽉 끌어안고 익숙하게 촌스러운 셔츠를 찢어 벗겨낸 태오의 손아귀에 목줄을 잡혀 고급가죽 시트에 처박힌 짐승이 손을 뻗어 제게 몸을 기대어 오는 태오를 벗어나려 버둥이는 여린 짐승의 귓가로 끔찍할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 형, 우리 애기는 부끄러움이 많으니까, 노래 소리 좀 키워줘."

 

느긋한 단어에 놀라 입술을 벙끗거리며 비명을 내지르며 버둥이는 짐승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태오의 입술이 크게 벌어지며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낸다.

여린 짐승의 어깨가 공포에 질려 파드득 떨려 오고 있었다. 햐안 얼굴 위에 떠오른 공포를 떠올리며 태오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과거의 잔상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부드러운 뺨에 자신의 뺨을 부벼며 히죽이는 태오의 귓가로 그때와 마찬가지로 두려움이 잔뜩 서린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태오는 일말의 동정을 가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