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스캔들/장편

[아인여림][중기걸오] 몽리(夢裏) 13

음흉마녀 2016. 1. 14. 03:08

 어둠은 순식간에 사람을 집어삼킨다.

 

 

 

 .. 뭐라고?”

 

 아인은 지금 제가 들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저를 바라보며 히죽 웃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볼 밖에 없었다. 비열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인수의 모습에 아인은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그대로 굳어진 아인의 얼굴 가까이로 얼굴을 가져간 인수가 한껏 꾸민 미소를 지어 보인다. 천천히 뻗어진 손이 뒷통수를 강하게 그러쥐고 끌어당긴 인수의 시선이 가만히 아인의 얼굴을 노려본다. 입술을 가져와 닿을 가깝게 얼굴을 들이밀고 미소를 지어 보인 인수의 서늘한 목소리가 허공에 잔인하게 흩어진다.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대가 정녕 문재신 .. 이라면 말이다. 니가 발바닥 아래서 기었던 이유가.. 구용하 때문이라는 .. 잊진 않았겠지.. 니가 정녕 빌어먹을 발아래 놈이 맞다면 말이다.. 그런데.. 놈의 눈이.. 놈이 아니라고 하고 있는데?”

 

 히죽 비웃음을 지어 보이는 인수의 서늘한 시선에 자리에 굳어버린 천천히 어깨를 잡아오는 인수의 힘에 떠밀려 바닥에 주저앉은 아인의 귓가로 나지막이 지껄이는 인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문재신이라면 내가 저를 범하려 하는 것을 참아낼리 없지.. 허나, 문재신인 하는 녀석이 선택해야 것이다. 어디 선택해보거라.. 어떤 것을 선택하든 죽고 싶은 것은 문재신일테지.”

 

 가만히 아인을 내려다 보던 인수의 몸이 돌려진다. 잔인하게 제게서 멀어지는 인수의 등을 바라보던 아인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는 힘에 품으로 끌어당겨진 아인의 눈가에 눈물이 일렁인다. 고개를 들어올려 상대를 확인한 아인이 다급한 손길로 용하를 끌어안는다. 두려움에 질려 눈물을 흘려대는 아인의 등을 토닥이는 용하는 눈물의 의미도 눈치채지 못하고 눈물을 닦아 내리며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무엇에 그리 놀란 것인가.. 그대 내일 강의가 있다는 것을 잊었는가. 그대가 방에 없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아는가?”

 

 와락 용하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오열을 씹어 삼키는 아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리 감긴다. 푸스스 뜨거운 숨이 내쉬어 지는가 싶더니 이내 용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훌쩍이고 말았다.

 아인은 인수가 하는 다른 하나가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며 가만히 머리를 굴리는 아인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재신이 무엇을 지키려 했고, 무엇을 하였는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대본이 왔을 , 아인은 어떠했던가.. 일부러 내용 모두를 알아내려 책을 구입하고 캐릭터 연구를 한다는 핑계로 책을 손에 놓지 않았던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었는가.. 아인은 용하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괜찮아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축축하게 젖어가는 용하의 어깨가 말이 거짓임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아인은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며 아무렇지 않은 행동하고 있었다.

 

 

 

 

 

 !... 하아.. , 이게 무슨 일이야.”

 신경쓸 없다.”

 이게 신경쓸 일이 아니란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기 하지만 오늘 일은 정말 큰일 수도 있었다. 재신은 날카로운 칼날에 찢겨져 나간 아인의 셔츠의 옆구리를 내려다 보다 이내 하는 소리를 내며 혀를 찬다. 조금만 늦게 반응했다면 사내는 셔츠 안의 점까지 칼을 쑤셔 넣었을 것이었다. 잔뜩 화난 표정을 하고 저를 노려보는 중기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인상을 찡그린 재신의 시선이 허공을 바라본다. 사내가 자신을 밀어 붙이고 떠들어댔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린 재신의 손이 천천히 간신히 남자의 손을 벗어난 맨살을 쓰다듬는다.

 찝찝한 눈쌀을 찌푸리며 조금이라도 기분을 벗어나려는 재신의 어깨를 강하게 중기가 재신의 몸을 돌려 세운다.

 

 이게 혼자만의 일인 알아?!”

 “ .. 니가 걱정하는게 너냐 나냐.. 송중기.. 나는 지금 아무 일도 없이 안전하고.. 미친놈은 그냥 도망갔을 뿐이다.. 니가 걱정하는 따위는 조금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걱정이 되서 나를 이렇게 볶아치는거지?”

 

 중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재신의 시선이 무미건조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하는 재신이 답답한 그의 앞에 주저앉은 중기의 입술이 낮은 한숨을 내쉰다. 입술을 삐죽이며 재신의 무릎에 이마를 가져다대고 가만히 눈을 내리 감았던 중기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올려 재신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슴 속에 피어 오르는 답답함은 어찌해도 쉽게 무시해 버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기는 어쩔 없는 답답함에 쿵쿵 가슴을 쳐댔다. 뒷통수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재신의 손이 천천히 들어올려져 중기의 뒷통수를 다정히 쓰다듬는다.

 

 여림 놈이 답답하여 무릎을 찾을 마다 이리 해주었더니 안정이 되더라.. , 그대한테는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들어올려진 얼굴이 빤히 재신을 바라본다. 침범한 건너편을 다시 들어서려는 눈동자였다. 깜짝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재신의 손목이 난폭하게 쥐어 잡힌다.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오로지.. 가슴에 떠오르는 끔찍한 느낌을 벗어나려는 것이었다. 재신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 가까이 들이밀어진 곱디고운 얼굴이 히죽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인다.

 참담하게 닿아오는 입술을 피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재신의 주먹이 허공에 번쩍 들어올려진다. 허나, 주먹은 중기에게로 다가가지 않고 조용이 중기의 등으로 다가와 다정히 토닥인다.

 

 울지마라.. 놈이 울면.. 나도 울고 싶다.”

 울지.. 않아.. 울지.. 않는다.. 울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너를 유아인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되새기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녀석이 돌아올거라 부질없는 희망을 걸고.. 참아내고.. 있다..”

 

 서로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어 타인이 끼어들 틈이 없게 만든다. 타인의 시선이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사내들이 서글픈 시선을 교환한다. 처절하게 서로의 입술을 부딪히고 서로에게서 연인을 찾는 부질없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끝내 제가 바라보고 있던 모니터를 집어 들어 던져버리고 만다.

 꾹꾹 눌러두었던 비명을 내지르며 분기를 누르지 못하고 미친 날뛰던 남자의 시선이 이미 전원이 꺼져버린 모니터를 노려본다.

 제가 흘려 들었던 중기의 말을 곱씹고 씹던 남자의 입술이 히죽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인이를.. .. 아야 겠어.. 아인이는.. 아인이는.. 나를 .. 할거야.. 그지?”

 

 남자의 번뜩이는 시선이 마치 저를 바라보는 , 용하를 끌어안고 있던 아인이 거칠게 어깨를 떨었다.

 

 어둠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사내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