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장편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1

음흉마녀 2015. 12. 6. 02:54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1.

 

 

 

 

유니크 오메가

 히트사이클 주기가 매우 불안정하지만, 강도와 페로몬이 매우 강하고, 임신 확률은 100%에 달한다. 히트사이클 기간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 한석율?.”

 “ ~ 걔가 그렇게 보기 드문 유니크오메가라더라.”

 “ … , 애 낳는 기계?.”

 

 기억 한켠에 넣어두었던 누군가의 말을 떠올리며 이맛살을 찌푸린다. 제 앞에 놓인 합의이혼 신청서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꽤나 저 답게 동글동글한 글씨로 꼼꼼하게 적어놓은 석율의 이름을 내려다 보며 입술을 일그러트린다.

 신경질적으로 제 란에 글씨를 휘갈겨 쓰고 도장을 내리찍고선 거칠게 일어선다. 제 집무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나서는 그의 앞을 막아선 남자의 손이 제 손에 들린 종이를 뺏어 든다.

 

 “ 내가 가져다 줄게.”

 “ … 양하너 뭐야.”

 

 . 가서 얼굴에 던져주기라도 하게? 라는 말에 입을 다문다. 지금 마음이라면 필시 그렇게 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를 앙다물고 상대를 노려본다. 어쩐 일이냐는 제 질문에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 터져 나온다.

 

 “ 짐을 싸놓긴 했는데, 형수님이 집에서만 생활하게 만들어서 차가 없잖아. 짐 옮겨 주려고거기다여기까지 혼자 왔겠어?.”

 “ .”

 

 어이가 없어 그대로 시선을 맞추고 있으려니 제 손에서 뺏은 종이를 들고 일부러 팔랑이며 나가버리는 양하를 뒤 쫓아 나간다.

 

 “ 늬들 뭐하는거야!.”

 “ … 우리가 뭘 하는게 아니라 니가 뭘 한거야.”

 

 자신을 향해 날아온 갑작스런 냉랭한 목소리에 눈썹을 찡그린다. 낮게 욕지거리를 내뱉는 자신을 꽤나 날카롭게 노려보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양하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제 귓가를 때리는 기억 속 누군가의 말에 제 귀를 잡아 뜯을 듯 벅벅 문지르며 이를 앙다문다.

 

 

 “ 그래도 쟨 양하가 완전 딱 붙어서 보디가드 해주잖아다른 애들처럼 여기저기 뒹굴지 않아도 될걸? … 양하 비위만 맞춰주면 되지하나만 상대하면 되는 거잖아.”

 

 


 씨발씨발씨발! ….

 

 

 

 

 

 한석율은 제가 다니는 사립고등학교에서 꽤나 유명한 인사였다. 유니크 오메가가 낳은 유니크 오메가, 자칫 제 어미인 오메가의 신분이 일반인이었다면, 태어난 순간 어딘가로 팔려 갔을 지도 모를 몸뚱아리 건만 석율은 잘도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 , 뭐 양하만 그런 줄 아냐쟤 형도 그거 잖아프리섹스 주의자 우성 오메가님~! 누가 한석율한테 껄떡대면 지가 먼저 딜 해온다더라….”

 “ 나도 알아 그 새끼.”

 

 킥킥 거리며 대화를 이어가는 제 주변에 소년들에게서 시선을 거둬들이고 창 밖을 바라본다. 제 쌍둥이 동생의 허리춤에 팔을 감고 무어라 쉴새없이 중얼대는 소년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피식 웃는다.

 유니크든 우성이든 열성이든 오메가는 오메가다. 제 동생을 향해 천박한 향기나 뭍혀대는 오메가일 뿐이다.

 

 “ 그런데 양하는, 어쩌다 저런 새끼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거냐?.”

 “ 알게 뭐야.”

 

 무심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고정한다. 극악의 확률을 넘어서 잉태된 우성 알파의 기운에 취해 쫓아 다니는 것 아니냐는 석율을 향한 비아냥에 피식 웃어버린다.

 저보다 작은 제 동생에게 매달려 있는 걸 보니 우습기 짝이 없다. 키는 자신들 보다 주먹하나 만큼 크면서 한석율은 어디가서나 제 형질, 그 하나 때문에 계집애나 창녀 취급 받기 일쑤였다.

 

 “ 양하만 아니면 저거 내가 한 번! ….”

 “ 씨발놈아 주둥이 조심해 양하 귀에 들어가면 너 진짜 죽어.”

 

 얼마 전 어느 겁도 없는 녀석이 양하가 없는 틈을 타 석율의 몸을 좀 만지다가 걸려서 죽도록 맞았다는 소문이 자자 했다. 공주님 보디가드라고 비아냥대는 말에도 그 잘나빠진 소년은 석율을 제 품에 끼고 돌았었다.

 낄낄 거리며 수다를 떠는 주위 친구들을 무시하고 일어선다. 자신을 한 번 쓱 바라보고 고개를 돌린 친구 녀석들이 제가 교실을 나가자 소근소근 질 나쁜 농담을 다시 시작한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안봐도 뻔할 것이다.

 

 

 나는 그게 싫었다.

 다른 이의 음탕하기 그지 없는 농담의 주인공인 네가나와 가족이라니….

 기분 나쁘기 그지 없었다.

 그렇기에 너의 첫인상은 최악이었다.

 

 

 

 

 

 “ , 형아살려줘….”

 

 귓속을 파고드는 질척한 음성에 고개를 틀어 화장실 안을 확인한 그래의 눈썹이 일그러진다. 벽에 밀어 붙여진 소년의 잔뜩 일그러진 얼굴 표정을 보아하니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당하는 것이 분명했다.

 달짝 지근한 냄새가 화장실에 진동한다. 짜증나는 단내 사이에 묘한 향이 더해져 허리가 묵직해져 기분이 나빠진다.

 오메가 하나아니…?.

 셔츠가 벗겨진 채로 상체를 보이는 소년은 제 주위에 진동하는 알파향에도 이성을 차리고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의 목소리의 주인공은 소년이 아닌 듯 했다. 앙칼진 목소리로 제 허리를 안고 있는 다른 소년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그러쥐고 벗어나려 버둥대는 소년의 입술이 욕설을 쏟아낸다.

 

 “ 야이, 개새끼들아! 걘 안된다고! … 그 손 안놔?!.”

 

 소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그래의 눈썹이 잔뜩 일그러진다. 화장실 칸 안으로 밀려들어간 누군가의 손가락이 간당간당하게 문을 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키득거리며 놀리는 목소리가 화장실 칸 안에서 울려 퍼진다.

 

 “ 형아래애냐? … 아 씨발손 좀 놔~.”

 “ 오빠들이 좋은거 알려줄게얌전히 좀 있자.”

 

 팔을 뻗어 어떻게든 버티려는 손가락을 떼어내는 행동에 짜증이 난 건지, 달짝지근한 향에 짜증니 난 것인지 신경질 적인 목소리가 튀어나간다.

 

 “ 나 볼 일 좀 보고 싶은데 계속 그러고들 있을건가?.”

 “ 아 씨발 누, , 양하구나….”

 

 잔뜩 일그러트린 인상에 사복을 입고 있는 자신을 제 동생과 착각을 한 것인지 후다닥 자신들이 하려던 행동을 멈추고 뒤로 물러선 소년들을 노려보며 셔츠를 꿰어 입은 소년의 손이 뻗어나가 아직도 칸 안에 갇혀있는 손을 잡고 거칠게 당긴다.

 제 몸을 끌어안고 있는 소년들의 손에서 쑥 빠져 나온 소년풀어헤쳐진 제 바지춤을 잡고 후다닥 화장실을 벗어나는 소년들의 몸이 제 곁을 지날 때 코 속을 파고드는 향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고 만다.

 제 몸 하나 간수 못하는 병신그 것이 한석율에 대한 첫인상 이었다.

 그리고 그 첫인상은, 장양하라는 인간이 없으면 제 몸 하나 간수 못하는 병신으로 변형되어 쭉 이어져 왔다.

 

 

 

 

 그런 너와 가족을 만들고 싶냐고? … 웃기지도 않는 소리….

 아버지가 아니라면 오메가 따위 내 집에 들여 놓지도 않았을 거다.

 

 

 

 

 제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제 발목을 잡는 양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자신 코 앞에 작은 상자를 내민다.

 코 끝을 파고드는 향기에 눈썹을 일그러트린다.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향은 한석율의 향이다. 다른 오메가들과는 확연히 다른자스민 꽃향기….

 

 “ 뭐야.”

 “ 선물전에형이 도와준거에 대한답례?.”

 

 필요 없다는 말을 내뱉고 제 코 앞에 놓인 손을 쳐낸다. 오메가의 달짝지근한 향처럼 역겨운 것도 없지만, 한석율의 향은 다른 오메가 보다도 더 거부감이 드는 향이었다.

 오로지 상대를 자극하기 위해 발달한 향 같아 기분이 나빠진다.

 

 “ 왜 우리 석율이 마음을 무시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얼굴이 웃는게 더 싫다. 자신의 거부가 기분이 좋은 듯 웃어 넘기는 양하의 비틀어진 미소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뒤돌아 섰다.

 

 

 

 

 서로에게 특별한 둘 사이가 기분 나빴다.

 결혼 생활 내내 어딘가 걸쳐져 있는 그 기분이 찝찝하기 그지 없었다.

 

 

 

 

 “ 너 장양하랑 벌써 했냐?.”

 “ … , 양하 그런 애 아니야….”

 

 제 친구들의 사이에 짓눌리 듯 서서 예의 그 음란하기 그지없는 농담을 듣고 있어야 하는 석율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한석율을 끌고가 못 된 짓 하려던 녀석을 묵사발을 만든 일로 양하가 학생부에 잡혀간 사이 석율을 건드리려 몰려드는 녀석들 중에 제 친구들도 있었다는걸 잊었었다.

 제 아지트로 사용되는 사용하지 않는 교실로 들어온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굳히고 말았다.

 구석에 서서 제 몸을 웅크리고 상대의 손을 어떻게든 피하려 버둥이는 석율의 얼굴을 보며 피식 비웃음을 흘리고 만다.

 열성 알파향 따위에 짓눌려 제 셔츠와 바지버클을 틀어쥐고 벌벌 떠는 모습이 천박하기 그지 없었다.

 

 “ 야 그럼 내가 아다 떼줄까? … 그 나이까지 처녀면 애들이 안좋아해.”

 “ 싫어나 보내줘….”

 

 울 것 같은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짜증이 밀려 올라와 고개를 홱 돌리니 제 친구에게 양 손목이 잡혀 버둥거리는 석율의 모습이 보여진다.

 반항이 심해질수록 교실 안은 석율의 향으로 가득찼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석율에게로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 장그래! 뭐야~.”

 

 거칠게 손목을 잡고 교실 밖으로 끌어내는 동작에 짜증이 잔뜩 묻어난다.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거칠게 걸어가 교실 밖으로 석율을 밀어버린다.

 차가운 복도 바닥에 쓰러진 한석율을 향해 싸늘하기 그지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문을 닫는 그래의 얼굴을 올려다 보던 석율은 무언가 중얼거리려 하다 제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 장양하랑 무슨 짓을 하던지 상관없는데한석율너 내 앞에 나타나지마라 좀! 니 몸에서 나는 그 천박한 오메가향역겨워 죽겠으니까! … 근처에 얼씬 좀 하지마!.”

 

 

 

 

 나는 네가 싫다나는 천박하고 나약한 오메가가 싫다….

 나는 한석율의 몸에서 나는 오로지 유혹만을 위한 달콤한 자스민 향기가 싫다

 순수한 얼굴로 그런 향을 풍기며 나를 유혹해 오는 네가 싫다….

 

 나는 너를 가족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이혼 부터 시작하려니 >-< 과거 조각조각이 많이 나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재미없어 하지 말아주세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