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장편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3

음흉마녀 2015. 12. 6. 02:56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3.

 

 

 

 

유니크 오메가

 히트사이클 주기가 매우 불안정하지만, 강도와 페로몬이 매우 강하고, 임신 확률은 100%에 달한다. 히트사이클 기간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 4주 되셨네요.”

 

 담담한 표정으로 의사의 설명을 듣던 석율의 눈가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듯 하다. 우물쭈물 대는 석율의 귓가로 다시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아직 정확하진 않은데, 주변에 쌍둥이 있으신가요쌍태아 인 것 같네요.”

 “ … .”

 

 물기 가득한 목소리를 감격으로 잘못 알아들었는지 의사는 축하한다는 말을 건넨다.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건네고 진료실을 나서니 해맑게 웃으며 제게 초음파 사진이 붙어 있는 산모수첩을 건넨다.

 제 손에 들린 산모수첩을 내려다 보는 석율의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저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간호사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 도망치듯 병원을 나서던 석율은 끝내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이럴 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에게 일어나버린 일에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만다. 택시에 올라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쉴새 없이 눈물을 쏟아내던 석율의 시선이 고정된 것은 한석율산모라고 적인 산모수첩 이었다.

 

 “ 말을해야하는데….”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제 방 구석에 앉아있는 석율의 귓가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 왔어요….”

 “ … ….”

 “ 저녁드셔야죠….”

 “ … .”

 

 제게 시선도 주지 않고 제 방으로 들어가는 그래를 확인하고 주방으로 들어서 저녁 준비를 하는 석율의 등 뒤로 잠시 시선을 보내던 그래의 발걸음이 소파로 이동한다.

 식탁 앞에서 자신을 부르는 석율의 목소리에 식탁에 앉은 그래의 이맛살이 살포시 찡그려져 있는 것에 슬쩍 눈치를 보고 있자니 불편한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하던 시선이 들어올려져 석율을 바라본다.

 

 “ , 저번에안영이씨 왔을 때….”

 “ ?.”

 “ 내 방에 들어온 적 있나?.”

 

 갑작스런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도리질 하는 석율을 향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던 그래의 젓가락이 다시 움직인다.

 

 

 찝찝한 기분에 입이 텁텁하다. 아무리 루트 기간이었다고는 하지만, 술자리 이후 뜨문뜨문 기억나는 파편의 한 조각이 자꾸 제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분명후회 할거라며 울었던 것은 석율 이었다. 그것은 몹쓸 꿈이었는지 석율은 고개를 저으며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 저기물어 볼게 하나 있는데요….”

 “ 말해.”

 

 제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식사를 하던 그래의 귓가로 슬쩍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저기당신은… 내가 당신이랑 진지하게 가족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석율의 갑작스러운 말에 시선만 들어올려 상대를 바라보던 그래의 입술이 크게 한숨을 내쉰다. 자신과 같이 산지 2년여 동안 결혼식에서 제가 했던 말을 그대로 따르던 석율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일순 짜증이 밀려온다.

 자신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기억의 파편에 가뜩이나 찝찝한데, 뜻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진창에라도 구르는 듯 짜증이 밀려온다.

 

  당연한 걸 묻나싫다이게 내 대답이야난 너랑 가족 같은 건 안 만들거니까 쓸데없는 희망 갖지마.

 

 딱잘라 이야기하는 그래의 목소리에 더는 아무것도 물어오지 않고 제게 미소를 보이는 석율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버린 그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만 간다.

 

 입맛이 쓰다.

 

 인상을 일그러트리고 젓가락질을 하던 그래는 끝내 식사를 마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석율을 내버려 두고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 형수, 다 끝났어?.”

 “ , 잠깐만….”

 

 주방을 분주히 돌아다니는 석율의 등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누가 좋아한다고 제가 없을 때를 대비해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만들어 대는 석율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 제 뒷통수를 긁적이며 소파에 주저 앉는다.

 제 짐을 하룻밤 사이에 깨끗이도 정리해 놓았길래 좀 이상하다 싶었더니 짐이랄게 없는 모습에 한숨이 새어 나온다.

 2년 동안 철저하게 방 한칸에 제 몸을 구겨넣고 있었을 석율을 생각하니 제 쌍둥이 형이 원망스러워진다.

 

 “ 가자~ 서류 접수 할거면서 마누라 노릇 하는거냐?.”

 “ 응응, 잠깐만다 끝났어~.”

 

 앞치마를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고 나오는 석율의 짐가방을 들고 일어선 양하의 손이 가볍게 현관문을 열어젖힌다.

 양하의 등 뒤에서 슬쩍 제가 2년여를 기거했던 집 안을 한 번 바라보던 석율은 이내 시선을 돌려 집 밖으로 걸음을 옮겨 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 오빠, 한석율이 누구야?.”

 “ ?.”

 

 눈을 뜨자마자 제 품에 안겨있던, 언제 만났는지 기억도 안나는 계집의 입술이 부른 이름 석자에 눈썹을 꿈틀거린다.

 벌떡 상체를 일으킨 그래의 귓가로 조잘조잘 연신 입술을 움직이는 여자의 목소리가 짜증스럽게 귓가를 파고든다.

 

 “ 오빠가 계속 한석율 한석율 했잖아~ 그게 누구냐고~ 숨겨 놓은 애인?.”

 “ 하하….”

 “ 누군데~? ?.”

 

 대답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서랍을 열어 봉투를 집어 계집을 향해 던져주니 제가 입술을 다물어야 할 때 라는 것을 알긴 하는지 욕실을 빌리겠다는 말을 건네고 사라진다.

 이마를 짚고 어제 하루를 되짚어 가는 그래의 표정이 굳어져 간다. 실컷 냉대하던 석율이 이혼을 원하고 말 그대로 바로 자신을 떠났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주위로 퍼졌다.

 아무렇지도 않은 자신의 행동에 모두들 2년여의 시간동안 석율을 제대로 봐주지 않은 자신에게 냉혈한 이라는 둥 수근 거렸다.

 석율과 함께 깨끗이 사라진 양하에 대해 모두들 형제를 가지고 논 오메가라 석율을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주위의 말들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래를 향해 그는 석율을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고 떠들어댔다.

 

 당신후회할 거에요!.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는그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맞을까무엇을 후회할 거라고 했던가자신도 모르게 입에 문 담배가 하얀 연기를 피워 올린다.

 

 

 “ 당신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끝까지 가면한석율을 불러대는 거알아요? … 그게 무슨 감정인지당신만 모르는 것 같아요.”

 

 

 자신을 향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건 누구더라숙취에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침대에 다시 몸을 눕힌다.

 욕실에서 나와 옷을 갖춰 입은 계집은 나중에 제가 일 하는 가게에서 보자며 인사를 건네며 제 집을 나섰다.

 관심도 보이지 않고 눈을 감고 기억의 파편들을 헤집던 그래의 귓가로 저를 찾은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온다.

 

 “ 여보세요.”

 -오늘법원오는 날인 거알죠…?.

 “ 알아.”

 -그 앞 에서봐요….

 

 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린다. 가슴을 타고 올라오는 욕지기에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실로 들어선다.

 이혼 서류를 건네주던 날로부터 한달이나 아무런 연락이 없던 석율의 목소리에 이를 앙다문다. 샤워기를 돌려 실컷 찬물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려는 그래의 머릿속에 환청이 울려퍼진다.

 

 

당신은… 내가 당신이랑 진지하게 가족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 3개월의 숙려기간을….”

 “ 그게 무, 무슨저희는 이미.”

 

 당황한 표정으로 판사를 바라보는 석율의 손가락이 어쩔줄 몰라 하며 파들 거린다. 슬쩍 석율을 바라보던 입술이 비웃음을 띈다.

 2년여를 제가 하는대로 쫓아 다니더니, 이혼은 빨리 하고 싶은가보지울듯한 표정으로 판사를 바라보는 석율을 향해 무표정한 판사의 말이 이어진다.

 

 “ 이것은 오메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니 따르시기 바랍니다.”

 “ 아니, 그래도 저희는 이미….”

 “ 그만.”

 

 눈물이라도 흘리며 울 것 같은 석율을 내버려 두고 조정실을 나와버리는 자신을 뒤쫓아 올 생각도 없이 한참을 안에 머무르던 석율의 힘없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입구에 서있는 자신의 옆에 다가와 자신을 바라보지도 않는 그래의 눈치를 보며 슬쩍 서류를 내민다.

 서류를 받아든 그래의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웅얼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석율을 향해 끝내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는 그래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석율이 그의 등뒤에서 물기 어린 미소를 보낸다.

 입구에 한참이나 서서 그래가 사라지는 것을 제 시선에 꼭꼭 담은 석율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이제 슬슬 볼록하게 제 존재를 나타내는 배를 만지작 거리며 꽤나 슬프게 웃던 석율의 눈가에서 눈물이 툭 떨어져 내린다.



 그래도 만나서 좋았다고 나는 당신이 좋다고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지만, 그는 그 조차도 용납치 않을거라고

 당신은 날 바라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겠지만, 나는 얼굴을 보아서 좋았다고

 석율은 꽤나 구슬프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잔인한 건 너인가...

 아니면... 나인가...












지지부진 씬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편 부터는 석율 행쇼!~ 를 위해 달려나갑니다~!

ㅜㅠㅜ 우울한 얘기만 줄줄 써서 죄송합니다~

석율이는 사랑입니다~!

똥 투척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