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장편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5.

음흉마녀 2015. 12. 6. 03:00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5.

 

 

 

 

유니크 오메가

 히트사이클 주기가 매우 불안정하지만, 강도와 페로몬이 매우 강하고, 임신 확률은 100%에 달한다. 히트사이클 기간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 산부인과에서.”

 

 그의 말이 전해주는 진실의 파장은 컸다.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을 비웃 듯, 형이랑 결혼하고도 성욕을 절제 하지 못하고 동생이랑도 몸을 섞는 싸구려 오메가라는 비웃음에 준식이 제 손에 들린 양주를 뿌리고 악을 써댔다.

 손수건을 들어 얼굴을 닦아내는 사내의 입술이 연신 석율을 진창에 집어넣고 굴리고 있음에도 의자에 앉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그래의 모습에 준식은 비웃음을 날렸고, 양하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가슴을 들썩이고 있었다.

 

 “ 씨발 뭐가 선택받은 유전자야이새끼 저새끼 벌려주는 더러운 오메가 년 하나 돌려먹는 구멍동ㅅ….”

 

 손이 먼저 날아간다. 제 손에 들린 술잔이 벽에 부딧혀 상대의 얼굴에 상처를 내는 것과 거의 동신에 의자에서 튈 듯이 일어선 그래의 발이 단 번에 테이블을 넘어 상대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순간, 타인의 주먹 하나가 동시에 날아온다.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달려온 양하의 주먹과 그래의 주먹을 동신에 맞고 바닥을 구르는 사내의 몸뚱아리에 일순, 룸에 앉은 모든 사람들이 어색하게 몸을 들썩인다.

 씩씩거리고 서있는 양하와 달리 그래는 제 분노를 쉽게 진정시키지 못하는 듯 그래의 손이 끝내는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말았다.

 

 “ 꺄악!.”

 

 깜짝 놀란 여자들이 일제히 방을 나가버렸어도 아무도 그를 타박하는 말을 꺼낼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한다.

 주먹에 맞아 바닥에 널부러진 사내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던 그래는 양하의 손이 제 가슴을 끌어안아 막고 나서야 멈춘다.

 거칠게 가슴을 들썩 거리며 씩씩대는 그래의 모습에 후다닥 바닥에 널부러진 사내를 일으켜 세운다.

 

 “ 이 씨발 내가 뭘 잘못 했는데! 장양하 솔직히 말 해! 어제 너 나랑 마주치고 내가 장그래한테 말 한다니까 겁나서 쫓아온거잖아! 거 돈 많고 잘나신 분들도 별거 없구만?.”

 

 제 가슴을 끌어안은 손이 파르르 떨려 온다. 믿고 싶지 않은 상황에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를 상처입힌 자신을 그는 이렇게 배신했단 말 인가장그래란 인간은이렇게 사과할 기회도 사라져 버린 것인가….

 그래, 이제 어찌되든 상관 없다. 먼저 그를 상처 입힌 건 자신이다….

 쉴새 없이 석율을 폄하하고 걸레짝 취급하는 입술을 막아버리고 싶다. 언젠가제 앞에서 저런 비슷한 말을 했다가 제게 당했던 것을 기억 못하는지 잘난 입술로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 장양하, .”

 “ 못 놔! 너 왜그래! … 그런거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놔.”

 

 냉랭한 목소리에 후다닥 제 팔을 가져가는 양하를 슬쩍 노려보는 시선이 서늘하다. 팔을 들어올려 항복 표시를 보이는 양하에게서 시선을 돌려 제 앞에 선 사내를 노려본다.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 자신의 눈치를 보는 사내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코 앞까지 다가가 발을 들어올려 사내의 배를 강타한다.

 바닥에 나뒹구는 사내를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발길질을 해대는 그래를 향해 아무도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 이성현내가내 앞에서 그 주둥아리에 한석율 이름 올리면 죽여버린다고 그랬지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해? … 다시 기억나게 해줄까?.”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 팔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간 발길질은 사내의 팔을 또 한 번 부러트리고 나서야 멈춘다.

 장그래가 미쳐 날뛰는 것에 비하면 장양하는 어린애다….

 모두가 알고 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석율을 교실로 끌고와 희롱하다 그래의 손에 끌려 내동댕이 쳐진 것을 아쉬워하며 석율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걸레라 칭했던 두녀석의 팔을 부러트렸던 날을 이 룸 안에 모든 이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왜 그동안 그것을 잊었던 것일까…. 석율을 비하하고 길거리 걸레짝 보다도 더 더럽다 주절대는 동안 무표정하게 앉아있던 그의 석율에 대한 감정이 악의일 뿐이라고 왜 장담 했던가….

 석율에 대한 반감과 등을 마주하고 있는 것은, 관심이라는 것을….

 석율에 대한 싸늘한 감정과 등을 마주 하는 것이 질투에서 기인하는 것임을 누구 하나 의심해 보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 다들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 이 순간부터 한석율 이름 나불대지마니들이 깔보고 걸레 취급해도 되는 사람 아니야누구보다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이니까 멋대로 주둥이에 올리지마 진짜 죽고 싶지 않으면….”

 

 서늘하게 깔리는 목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으로 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대는 표정이 참담하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그래를 바라보다 후다닥 바닥에 쓰러져 제 팔을 잡고 고통에 억소리도 내지 못하는 사내를 일으킨다.

 천천히 몸을 돌린다. 짜증이 잔뜩 묻어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래의 앞을 막아선 양하의 손이 제 어깨를 잡아오는 것을 신경질 적으로 치워내며 나가려는 그래의 팔을 잡는 손이 떨려온다.

 

 “ 그거 아니야. 그거 아니니까 내 말 좀 들어봐.”

 “ .”

 “ 아 씨발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ㅇ….”

 

 손이 날아와 입술을 막아버린다.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표시였다. 들어주지 않겠다는 뜻도 포함 되어 있었다.

 양하를 밀어버리고 걸음을 옮기는 그래의 귓가로 준식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파고든다.

 

 “ 이래서 알파새끼들이 문제라니까지가 잘난 줄 알고 말을 해주려고 해도 안쳐듣지.”

 “ ! 내 말 좀 들어주라지금 안들으면 진짜 후회할거야!.”

 “ 후회는 지금도 하고 있어.”

 

 냉랭한 목소리로 제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고 룸을 나가버리는 그래의 뒤를 쫓아 내달리는 양하의 손이 거칠게 그래의 어깨를 잡아 돌린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대를 노려보는 그래를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양하의 뒤로 후다닥 저희들을 쫓아 나온 친구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 너 지금 뭐하는! ….”

 “ , 나랑 자고 싶냐?.”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리에 눈썹을 찡그리는 그래의 양쪽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며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양하의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 ! 동생이랑 자고 싶냐고! ….”

 “ 이거 놔라그딴 개소리 더 듣고 싶지 않으니까.”

 “ 나한테 한석율이! … 형수가 그래한석율 일때는여동생이었고, 지금은 형수님이야나한테는그래….”

 

 저를 쳐다보는 그래와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양하의 입술이 곧 오열이라도 토해낼 듯 뜨거운 숨을 내쉰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 귀여워 보였다.

 그까짓 작은 도움에 고맙다고 찾아온 어린 놈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그의 시선은 제가 아닌 제 쌍둥이에게 가 있었다.

 제가 몸을 날려 그를 지켜내어도 그의 시선은 항상 저 멀리 교실 한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창문을 통해 무표정한 얼굴로 저희들을 바라보는 그에게 닿아 있었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끄러워 제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부비며 좋아하는 그가 귀여웠다.

 불현듯, 그저 여동생처럼 그 귀여운 모습을 지켜주고 싶었다.

 더 욕심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지켜 주고 싶었다.

 

 

 “ 단 한번도 다른 의미로 한석율 본 적 없어, 처음에 형이 자기 도와줘서 반했다고 했을 때부터, 나 한석율 욕심낸 적 없어.”

 “ … ….”

 “ 그러니까, 형이야 형이라고, 장그래라고.”

 

 

 

 

 당신후회할 거에요

 

 

 

 

 당신은… 내가 당신이랑 진지하게 가족이 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거에요….

 

 

 

 

 

 “ 싫다그게대답 이었지….”

 

 피식 비웃음을 흘린다. 귓가를 울리는 꿈 속의 일이라 치부했던 일은 현실 이었다. 자신은 후회할 일을 얼마나 만들었을까….

 벌려진 입술로 뜨거운 숨을 내쉬며 당장이라도 오열을 토해낼 듯 했다. 자신을 향해 이혼서류를 내민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자신은 그에게 단 한 번도 말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는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그 이야기를 들었다면자신은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 한석율, 어디있어.”

 

 

 

 

 

 

 

 딩동-.

 

 현관벨 소리에 소파에서 눈을 뜬 석율이 꽤나 불편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벨소리에 제 방에서 뛰어나온 조카 녀석이 현관 앞에 서서 제 어미를 불러댄다.

 쌍둥이인 탓에 다른 산모들 보다 배가 더 나와 아직 4개월 밖에 안된 배가 벌써 6개월은 되어 보인다.

 

 “ …?.”

 

 뒤뚱이며 현관문을 열고 뒤돌아 앞으로 두어걸음 움직였을 때, 제 앞에 있는 조카녀석이 실망한 듯 제 어미가 아니라고 투덜대며 되돌아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몸을 돌려 상대를 확인하려던 석율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열어준 문 앞에 서있는 이가 수도 없이 이 집을 들락거리던 녀석이 아니란 것쯤은 너무나 잘 알고있다.

 

 “ 한석율.”

 “ , 저기….”

 

 당황해 뒷걸음질 치던 석율이 제 배를 어떻게든 가리려 애쓰며 뒤돌아 자리를 벗어나려던 순간, 등뒤에서 다급하게 뻗어나온 손이 석율을 끌어안아온다.

 당황해 숨을 들이삼키고 멈춰선 석율의 등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할말없나?.”

 “ … 아니그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제 배를 감싸는 석율의 얼굴이 참담함에 굳어진다. 제 등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이, 그의 분노를 말해 주는 듯 해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멀리아주 멀리 떠났어야 했다…. 그가 모르는 곳으로 갔어야 했다.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제 옷깃을 그러쥐는 석율의 몸을 끌어안고 한참을 가만히 서있던 그래의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 미안이런 놈이라서 미안.”

 

 제 몸을 강하게 끌어안아오는 팔이 뜨겁다. 그의 얼굴이 닿은 셔츠가 뜨겁게 젖어온다. 그가 꺼내놓은 짧은 단어에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으려니 다시 한 번 작은 목소리가 제 마음을 전해온다.

 

 

 

 미안.

 너를 아프게 해서 미안….

 미안.

 이런 놈이라서 미안….

 미안.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

 미안.

 이제서야 인정하게 되서 미안….

 미안.

 그 수많은 밤을 상처 입게 해서 미안….

 미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해서 미안….

 

 

 

 제 등 뒤에서 쉴새없이 입술을 움직이는 그래의 목소리에 손을 들어올려 제 얼굴을 감싼 석율이 왈칵 오열을 쏟아낸다.

 털썩 제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내어 울어버리는 석율의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려 저를 바라보게 만든 그래의 팔이 석율이 혹여 도망가지 않을까 강하게 끌어안는다.

 그래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울어버리는 탓에 그래의 셔츠가 축축하게 젖어온다. 한참을 꺽꺽 거리며 울어대는 탓에 아무런 말도 물어보지 못했던 그래의 입술이 석율의 들썩임이 잦아드는 것을 기다리다 열린다.

 

 “ 한석율너도 할 말이 있을텐데….”

 “ , , 그게, 무슨 얘기를….”

 “ 하나부터 열까지듣고 싶은게 많은데얘기 해줬으면 좋겠어제일 중요한 얘기부터무슨 생각으로 이혼하자고 얘기 했는지 부터 천천히 전부다 얘기 해주겠어?.”

 

 

 

 

 

 

 “ 상처 주기 싫었어요당신이당신까지 싫어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나는 이제 괜찮으니까나는….”

 

 

 

 

 다음 단어를 차마 내뱉지 못하던 석율은 조용히 제 귓가에 속삭이는 다정한 목소리에 다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 나는그렇게 상처 주고 있었구나미안.”

 

 한참을 눈물을 쏟아낸 퉁퉁 부은 눈가로 다가온 입술이 다정한 입맞춤을 건넨다. 축축하게 젖어버린 뺨에 내려 앉았던 다정하기 그지없는 입술은 다시 석율의 입술 위로 옮겨와 꽤나 다정하게 입맞춤을 건넨다.

 그래의 루트기간 때 이성을 잃은 그와의 키스 말고는 아무와도 입술을 맞춘 적이 없는 석율의 어색한 행동에 연신 그의 입술을 핥아 내리던 그래의 고개가 살며시 떨어져 나간다.

 기억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입술 인데그는 영 어색하기만 한 듯 했다. 톡톡 볼을 두드리는 행동에 무언가 말하려 살짜기 열린 입술로 다시 제 입술을 가져간 그래가 제 혀를 대담하게 움직여 석율의 여린살을 훑고 혀를 휘감는다.

 

 “ , 으읍….”

 

 꽤나 다급한 입맞춤에 맞닿은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나간다. 숨이 달려 그래의 어깨를 밀어내려는 석율을 오히려 더 강하게 끌어안고 입술을 부벼대던 그래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준식의 욕지거리를 듣고서야 석율에게서 떨어졌다.

 

 “ 애까지 있는 남의 집에서 지랄들 하네, 한석율이 짐싸줄 테니까 당장 꺼져.”

 “ … , ….”

 “ 꺼지라면 꺼져 새끼야내가 언제까지 니 뒤치다꺼리를 해줘야되. 빨리 꺼져.”

 

 준식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놓아주지 않는 그래 때문에 방에 들어가 제 짐을 모두 싸서 나온 준식이 현관에 가방을 집어던진 순간까지도 석율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어야 했다.

 가방이 제 눈앞에 던져지자 마자 가방을 손에 들고 석율을 급하게 일으켜 인사도 건네지 않고 집을 나서는 그래를 향해 무어라 말하려 입술을 열던 석율은 그래의 시선이 저를 똑바로 바라보자 그대로 입술을 다물어야 했다.

 

 

 

 

 

 “ 빨리 가자너한테 들어야 할 말이 많으니까….”

 “ , 무슨 말을….”

 

 

 

 

 

 “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수많은 밤에 대해서….”

 

 

 

 

 몸을 펄쩍 띄우며 붉어진 얼굴을 도리질 치며 무슨 소리냐 묻는 석율을 향해 제가 만났던 여자들을 다 끌고 들어와 물어보게 하고 싶지 않으면 말 하라는 억지에 그저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 수많은 밤이 상처가 되지 않기를….

 

 나는 그 밤이 상처가 아니었기에당신도 그 밤에 상처 받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