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장편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4

음흉마녀 2015. 12. 6. 02:57

[그래석율양하] 남자도 어쩔 수 없다. 03.

 

 

 

 

유니크 오메가

 히트사이클 주기가 매우 불안정하지만, 강도와 페로몬이 매우 강하고, 임신 확률은 100%에 달한다. 히트사이클 기간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 , 아아, 그만해요흐읏, , 아아… .”

 

 억지로 밀어붙여진 몸뚱아리가 억눌린 신음을 흘린다. 제 어깨에 코를 박고 허리를 움직이는 상대의 어깨에 짓눌려 도망도 치지 못한 입술이 울먹인다.

 제 다리 사이에서 움직이는 타인의 힘에 밀려 허공에서 흔들리는 다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흐릿하다.

 고급 가죽 소파를 그러쥐는 손가락에서 기묘한 울려 거실에 눅눅하게 퍼진다.

 

 한석율

 

 한석율….

 

 한석율….

 

 끊임없이 제 이름을 속삭이는 상대의 거침 없는 행동에 그를 끌어안지도 밀어내지도 못하고 허리를 떨던 이는 제 몸에서 떨어져나가 제 앞에 서있는 상대를 멍하니 바라본다.

 

 천천히 몸을 돌려 제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시선에 문 앞에 삐뚤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이 보인다.

 그녀는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 ! ….”

 

 침대를 박차고 일어선다. 제 옆에 누워 있던 여자의 짜증나는 표정을 무시하고 거실로 튀어나간 그래의 시선이 소파 구석으로 향한다.

 

 “ 하하하하하….”

 

 속옷을 껴입고 걸어 나오는 여자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 머리채를 틀어쥐고 제 가까이로 끌어당기는 행동이 가차없다.

 꺅하는 소리를 지르며 인상을 찡그리며 짜증을 내는 여자의 귓가로 서늘한 목소리가 파고든다.

 

 “ 말해.”

 “ , 뭐를! ….”

 

 바짝 들어올려진 머리카락 때문에 까치발을 들어버린 여자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온 몸을 얼려버릴 듯 지극히 차갑고 냉정하다.

 입술을 덜덜 떨어대며 잠시 할 말을 찾던 여자의 입술이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쏟아낸다.

 

 

 처음엔, 술에 취해 저를 보고 웃던 손이 거칠게 속옷 바람의 저를 현관문 밖으로 내치고 문도 닫히기 전에 부인이 방에 들어가 버린 당신은 그의 손목을 꺾고 비명을 지르는 그를 짓밟았다. 쉴새 없이 부인의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목소리와 그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마치 한 몸에서 나는 소리 같아 소름이 끼쳤다나….

 

 두번짼, 이성을 완전히 잃은 당신 탓에 녹초가 되어 잠들었던 날꺽꺽 거리며 숨이 넘어가는 소리에 또 그 소름끼치는 짓거리인가 싶어 방문을 열어봤더니, 정말 숨이 넘어갈 듯 가슴을 들썩거리는 부인이 목덜미를 그러쥐고 움직이다 정말 정신을 놓아버린 부인을 제 품에 끌어안고 그의 이름을 부르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어린아이 같은 울음소리가 부인의 이름만 부르는 탓에 애처로워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며 위로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다나….

 

 세번째는, 술에 잔뜩 취해 현관 앞에서 자신을 보고 놀라 방으로 가려던 부인의 손을 잡아 소파에 던져 놓고 방으로 들어와 실컷 제가 몸을 달궈 놨더니 저를 버려두고 소파에 앉아 바들바들 떠는 부인을 품에 안고 생라이브 야동을 보여주며 짐승 같은 목소리로 부인의 이름을 불렀다.

 제 친구들이 떠들어 대는 엉덩이가 가벼운 오메가라 부인을 놀리고 폄하해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더니, 저러는 꼴이 우스워 비웃었다나….

 

 

 

 

 “ ! … 후우왜 말 안했어.”

 “ 나는 돈 받고 당신이랑 하룻밤 보냈을 뿐이야돈 봉투 쥐어주면서 당신은 기억 못하니까 말하지 말라고 무릎까지 꿇으면서 부탁하는데 어떻게 말해?.”

 

 제 손에서 힘이 빠져나가자 마자 제 머리카락을 빼고 뒤로 물러선 여자의 손이 바닥을 나뒹구는 자신의 옷을 줏어 입는다.

 멍하니 방문 앞에 서서 제 머리를 짚고 인상을 굳히고 있는 그래를 지나쳐 나가던 여자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홱 자신을 돌아보며 잠시 우물쭈물 하던 입술을 열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해야겠다며 그래를 향해 싸늘한 단어를 쏟아낸다.

 

 “ 나만 본 건 아닌데요~ 장팀장님, 당신이나 당신 친구들이나 진짜 웃겨한석율이 어쩌고, 오메가가 어쩌고 하면서당신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

 “ 닥쳐나가….”

 “ 당신이랑 잤던 년들한테 물어보면 지금 보다 더 충격일 걸? 미란이를 추천해, 당신미란이가 뭘 봤는지는 알아?.”

 “ 나가!!!!!.”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여자는 그 앞에 서서 눈썹을 일그러트리고 가만히 그가 하는 냥을 바라보다 손을 휘저으며 돌아선다.

 현관문을 나서며 잠시 멈춘 여자의 입술이 그래의 가슴에 날카로운 상처를 내고 깊숙히 찔러온다.

 

 “ 미란이가 그러더라, 당신이 홀딱 벗은 자기를 버려두고 부인 방에 들어갔다 나와서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데, 한석율씨는 아파서 어쩔줄 몰라 하더라고너무 불쌍해서 죽을 뻔 했데처음이라 힘들었던지 피가 너무 많이 나길래 병원 가자고 그랬더니 울었다던데 처음이 너무 무서워서….”

 

 현관문이 닫히고 저 혼자 남아 허공을 노려보던 그래의 입술이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쉰다. 헛헛 하는 소리가 거실을 낮게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거칠어진 숨소리로 변해가던 소리는 끝내 오열로오열에서 광분에 휩싸인 비명으로 변해간다.

 

 “ 으아악!!!!!!!!!! !!!!!!!!!!!!!!!!!! 아악!!!!!!!!!!!!!!!!!!!!!!.”

 

 제 가슴에 상처를 내며 쥐어뜯고 머리카락을 쥐어잡고 바닥에 엎드려 소리를 질러대는 그래의 기억 저편에서 슬프게 웃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 어젯밤에 혼자 넘어졌어요….”

 

 붕대를 감은 손을 바라보며 젖은 머리는 털던 자신의 앞에 국 그릇을 내려 놓으며 어색하게 웃었었다.

 

 

 

 “ , 감기인 것 같아서요….”

 

 날씨에 맞지도 않은 터틀넥 니트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기에 짜증을 냈더니 후다닥 변명을 늘어 놓았었다.

 

 

 

 “ 오늘은 그, 그냥 서있을게요….”

 

 의자에 좀처럼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기애 비아냥거렸더니 아침을 먹는 제 앞에 서서 시중을 들며 말했었다.

 

 

 

 나는 네게 무슨 짓을 했던 것일까….

 그 수많은 밤을무슨 생각을 하며 버텨왔던 것일까….

 이제서야 날 헤집는 이 고통은 뭘까….

 난 그 수많은 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건가….

 난 그 수많은 밤을 너에게 상처를 주었던가….

 넌 그 수많은 밤에 상처를 받았을까….

 

 

 

 잔인한 건 나인가

 아니너인가….

 

 

 

 

 

 

 아무렇지 않은 척 시간을 좀 먹는다. 홀로되어 그가 떠오르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술이 늘고, 끊었던 담배가 늘고, 거짓말이 늘어간다.

 가끔 떠오르는 기억에 제 가슴을 쥐어뜯으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슬픔에 오열한다. 술에 취해 병신같이 그에게 전화를 하려던 손은 힘없이 제 핸드폰을 놓아야 했다.

 그는 항상 전화를 받는 쪽 이었다. 한 번도 그의 번호를 눌러본 적이 없다. 아니, 자신에겐 그의 번호 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철저하게 타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철처하게 애정을 주는 척 했었던가그 수 많은 밤을잔인하게 물들였었나….

 

 “ 말해.”

 -오늘 모이는 거 알지?.

 “ 알아.”

 

 근래 혼자 되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려 모임에 얼굴을 자주 비췄더니 알아서 연락이 온다. 상대방의 존재에 짜증 섞인 대답을 보낸다.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뜬다. 관자놀이를 누르는 손바닥이 축축하다. 모임의 이유를 숨기려던 친구 녀석의 전화에 다시 한 번 짜증이 밀려와 입술을 깨문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켜 그 잘난 알파새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제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쓴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 보이려면, 자신은 한참동안 머릿속을 정리하고 또 정리해야 했다.

 모임 장소에 도착해서도 한참동안을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감정을 숨기기 위해 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존재를 지우고 또 지웠다.

 

 “ 여어~ 오늘은 안오는 거 아닌가 걱정했잖아.”

 

 빙글빙글 웃는 낯짝에 눈썹을 찡그린다. 관심도 없던 녀석이 과하게 친한 척을 해온다 싶다. 아무런 대답 없이 비어있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술시중드는 계집들이 알아서 옆자리를 차지한다.

 양주를 제 입 속으로 털어 넣는 동작이 꽤나 짜증스럽다. 아까부터 빙글빙글 저를 보고 웃는게 기분 나쁘다.

 

 “ , 너 강해준 선배 알지?.”

 “ 그건 왜.”

 “ 오늘 그 선배가 이번에 재혼하는 상대를 데려온다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시선에 어깨를 으쓱이며, 제 손에 들린 술잔을 제 입술에 털어 넣는 친구라는 녀석의 입술이 짓는 밉살스런 미소에 이맛살을 삐죽인다.

 대화의 대부분은 철벽남에 깔끔하기 그지 없는 강해준이라는 남자의 이혼과 연이은 재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깔끔하다던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피식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들이 무슨 귀족이라도 되는 마냥 베타든 오메가든 깔보고 사는 녀석들도 어차피 똑같은 새끼들일 뿐이다.

 

 “ , 선배오셨어요?.”

 

 멋진 미소를 보이며 자신들이 앉아있는 룸 안으로 들어온 해준의 손에 잡혀 억지로 끌려들어오는 인영을 보는 순간, 제 손에 들린 술잔을 놓힐 뻔 했다.

 자신은 그를 본적이 있다. 세 번 정도아니 더 많은 수도 있겠지만, 관심있게 바라봤던 것은 단 세 번 이었다.

 

 화장실에서 석율을 향해 비명을 지르던 그를….

 제가 교실 밖으로 집어던진 석율에게로 달려와 급하게 일으키던 그를….

 제 결혼식 때, 제 품에 계집아이 하나를 안고 뭐가 그리 불만인지 저를 노려보던 그를….

 

 자신은 그가 누구인지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룸 안에 잔뜩 앉아있는 알파들도 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해준의 옆에 앉은 남자를 향해 알 수 없는 시선들이 쏟아진다.

 

 “ 알파향 치워 씹새끼들아.”

 “ 하나도 안변했네요….”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제 앞에 놓인 양주를 한 번에 제 입에 털어 넣고는 제 옆으로 다가와 몸을 부벼대는 여자를 향해 꺼져 나 오메가야 씨발년아.’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그를 향해 모두의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낸다.

 

 

 

 

 

 “ 어쩌자고 같이 살림까지 차리려고 그래요?.”

 

 툭 터져나온 누군가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해준과 그 옆에 앉아 짜증나는 표정으로 연신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에게로 쏟아진다.

 모두가 하고 싶었던 말 이었는지 한 번 터진 입술들은 해준을 향해 그 유명하던 프리섹스 주의자를 왜 이혼까지 해가며 끼고 살려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한마디씩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에 불편한 표정이 되어 가는 것은 해준과 그래 뿐이었다. 타인의 일인냥 제 과거를 들먹거리는 이야기에도 표정 변화가 없는 그는 슬쩍 슬쩍 나오던 석율의 이야기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것에 그의 입술이 이죽거리며 낮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제 옆에 앉은 해준의 양복 안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문 그의 입술이 열린다.

 

 “ 하성준이너 나한테 뭐라고 그러면서 꼬셨냐좋은 약이 있는데한석율이 한테 쓸까요아님 형이 해줄래요 랬지?.”

 

 그의 말에 낄낄 거리며 웃고 있던 성준의 입술을 다물고 두 팔을 들어 항복이라 지껄인다.

 

 “ 어이거기 너랑 너한 번 만나서 이름을 기억이 안나네너희들은복도에서 한석율이 끌고가다 걸렸을 때형이 대신해줘도 상관없고랬지?.”

 

 담배연기를 뱉으며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쉴새 없이 지껄여지는 입술이 내뱉는 이름들의 나열에 그와 석율의 이름을 들먹이던 목소리가 줄어들어갔다.

 꽤나 섹시하게 고개를 뒤로 꺾으며 소파에 제 몸을 푹 기대고 앉은 그의 입술이 죄 없는 자여 돌을 던져라라는 말을 던진 순간, 소리 내어 웃는 것은 그의 옆자리에 앉은 해준 뿐이었다.

 

 “ 웃지마 씹새야니가 제일 나쁜 새끼니까.”

 “ 역시 성준식 선배는 쎄네요….”

 

 누군가의 목소리에 키득 거리며 웃는 그를 향해 경악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 아 근데 궁금하긴 하다구요어쩌다가 저런.”

 “ 저런 여기저기 대주고 다니던 오메가랑 살림까지 차리냐고?.”

 

 정곡을 찔린 목소리가 입술을 다물어 버린다. 여태껏 아무런 말도 없이 준식이 떠들어대는 말을 들으며 꽤나 멋드러진 미소를 보이던 해준의 입술이 슬쩍 열린다.

 

 “ 애가 있어.”

 “ 자식새끼 둘 다 완전 불효자로 찍혀서 말이지?.”

 

 그들의 말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래를 향해 냉랭한 시선을 보내던 준식이 제 손에 들린 술을 한 번에 들이킨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준식의 목소리가 확실히 들려온다. '한석율인 니 덕분에 불효자가 되었어.'

 

 

 


 

 “ 오늘 엄청나게 중요한 손님을 불렀는데영 올 기미가 없네.”

 

 제 친구의 말에 슬쩍 고개를 들어올린 그래의 시선을 마주보며 웃는 녀석의 모습이 자꾸 꺼림직해 인상을 일그러트린다.

 할 말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뭔가를 숨겨 놓고 줄다리기를 하려는 것 같아 얼굴을 굳힌다. 거기에 자신을 바라보는 준식의 냉랭한 시선이 가시처럼 제 가슴을 찔러온다.

 

 “ 씨발 안온다는데 왜 자꾸 전화질을….”

 

 벌컥 열린 문으로 욕지거리를 지껄이며 들어선 남자의 목소리에 그래는 술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려 제 앞에 자리한 친구를 바라본다. 완연한 비웃음을 흘리던 남자의 입술이 천천히 열린다.

 

 “ 나 몇 일 전에 한석율 봤어.”

 

 비죽이 웃으며 자신을 향해 시선을 보내던 녀석의 입술이 다음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잔인한 단어를 쏟아낸다.

 

 “ 산부인과에서.”

 

 

 

 

 


 해준이 말릴 사이도 없이 준식의 손에 들린 술잔의 양주가 날아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주먹이 날아든다.

 

 한 배를 타고 났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저를 진창에 굴리던 준식의 입술이 서늘하게 입술을 연다.

 

 이래서 알파 새끼들은 다 쓰레기야….

 

 

 

 

 나는 어떻게 너에게 이 수많은 잘못을 사과해야 할까….

 

 너는 어떻게 내게 이 수많은 거짓을 사과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