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단편

[택정환][태오방지] 접전(接戰) 01

음흉마녀 2016. 3. 29. 13:07

육룡이 나르샤 X 베테랑 X 응답하라 1988 X 소셜포비아 의 짬뽕 스토리~

 

 

" 택사범, 택사범.. 저기 내가 왠만하면 이런 부탁은.. 알아서 치우려고 그랬는데 뭔가 좀 심상치 않아서 말이야."

" 네?"

 

방금 대국을 끝내고 피곤한 얼굴로 비틀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선 택을 향해 꽤나 어두운 표정으로 우물쭈물 쪽지를 내미는 부장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 쪽지는 건네받은 택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택의 곁으로 다가온 부장이 꽤나 곤란한 표정으로 택의 얼굴을 바라보는 부장의 곁을 지나쳐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는 택의 행동에 그제서야 안심한 듯 작은 한숨을 내쉰 부장이 은근슬쩍 뒤로 물러서 사무실을 나선다.

조금은 지루한 신호음 뒤로 꽤나 뻣뻣하고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본능적으로 눈썹을 찡그린 택이 조용한 목소리로 상대방의 인사를 기다린다.

 

-여보세요, 최택씨? 최택씨 맞죠? 반갑습니다. 거 참 전화 통화 한 번 하기 어렵습니다.

" 네. 신진물산.. 조태오.. 실.. 장님? 중요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네, 오늘 대국 끝나셔서 바쁘지 않으시죠? 저랑 바둑 한 판 두자고 전화 드렸습니다.

" … 후.. 그런 전화라면 죄송하지만 거절하.."

-양게, 최택씨 양게.. 알죠?

" 네?"

 

내려 놓으려던 손이 파르르 떨려온다. 제 귀에 수화기를 바짝 들이댄 택의 조심스러운 숨소리에 피식 일부러 소리를 내어 비웃는 조태오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애 하나를 키우는데 말입니다. 길 바닥에서 얼어 죽을 뻔 한 걸 데려다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했더니 이게 먹고 살만 하니까 바로 눈을 돌리지 뭡니까?

" 후..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

-아아.. 말 안끝났습니다. 이 놈이 호텔방에서 그 놈은 셔츠를 벗고 이 놈은 바지를 벗고 있다가 딱 걸렸지 뭡니까.. 그 양게라는 놈이랑 말입니다.

" 지, 지금 뭐라고.."

-내가 누구랑 구멍 같이 쓰는 건 용납을 못하는지라.. 그 놈을 죽여버릴까.. 아니면 내가 확 뚫어버릴까 했더니.. 이 새끼가 아니라고 바락바락 대들면서 지 애인이 최택이라는 겁니다.

 

이를 앙다물고 간신히 입술을 열어 우리 정환이 어디에 있습니까 라며 딱딱하게 물어오는 택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깔깔거리며 비웃어 버린 태오가 제가 차를 보냈으니 와서 대화하자는 말을 꺼내놓고 전화를 끊어 버린다.

 

" 아.. 이게.. 무슨.."

 

능글맞게 웃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를 앙다물고 후다닥 자리를 박차고 나선 택의 시선이 자신의 기원 앞에 선 외제차에 고정된다.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네는 운전수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택이 자리에 앉아 운전수를 제촉한다. 느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승용차 안에서 제 손톱을 깨물어 대는 택의 귓가에 쉴새 없이 조태오란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댄다.

 

그 놈은 셔츠를… 벗고…

셔츠를… 벗었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