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마당 201

[택정환] 달라 08

정환은 눈썹을 잔뜩 찡그리고 책상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교실로 몰려든 구경꾼들과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가뜩이나 날카로운 신경이 더 예민하게 곤두선다. 선우와 동룡이 정환의 주변에서 사람들을 머 멀리 밀어내 보지만, 기자들의 보도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환을 자꾸만 제게 내밀어지는 녹음기를 피해 자리에서 일어서 후다닥 화장실을 향해 내달렸다. 뒤를 따르는 동룡이 정환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정환을 지금 이 상황을 피하고만 싶었다. " 김정환씨!" " 김정환 학생!" " 대답을 해주세요!" 저를 쫓아 내달리는 기자들의 고함소리에 제 귀를 틀어막고 내달리던 정환이 화장실로 숨어들고 나서야 멈춰선 기자들이 아쉬운 한숨을 내쉰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 내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

기타/장편 2016.06.10

[태오철수] Hunting 01

탕!~. 화약 냄새가 피어 오르는 하얀 눈밭 위에 멍하니 서있던 남자들의 시선에 풀썩 쓰러지는 길다란 그림자가 보인다. 방금 전 까지 자신들에게 달려들어 살을 찢고 허연 이를 들어내고 울부짖던 짐승이라는 것에 잔뜩 긴장한 사내들의 발걸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한다. 가만히 가늠쇠에서 시선을 뗀 태오가 제 곁에 선 사내들 앞에 굵은 쇠사슬이 달린 가죽목줄을 툭 던지고 돌아선다. 대웅의 손에 제가 들고 있던 총을 넘기고 눈동자를 돌려 제 곁에 선 엉망으로 망가진 사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얼굴 한가득 한심하다는 노골적인 표정이 새겨져 있었다. 태오의 무언의 명령에 후다닥 내달려 하얀 눈 위에 쓰러진 그림자를 향해 달려나간다. " 이번엔 제대로 해. 또 내가 나서게 하지말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눈길을 내려서..

[택정환] 달라 07

" 말해." 가만히 멈춰선 정환의 시선이 슬쩍 열어젖혀진 문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도시락으로 고정된다. 제 등뒤에 서서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초밥 도시락을 던져버린 택의 서늘한 목소리가 정환의 등으로 꽂힌다. 제게로 뻗어오는 서늘한 알파의 분노의 향이 정환을 찢어발길 듯 날카롭게 파고드는 탓에 정환은 그대로 굳어지고 만다. 천천히 카펫을 즈려밟는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어깨가 움츠러든다. 천천히 손을 뻗어 등을 쓰다듬고 위로 올라와 어깨를 그러쥔 택의 입술이 천천히 정환의 귓가로 다가온다. " 말해. 들어줄 테니까. 경기 끝나고 얘기한다는게 뭐야. 얘기해." " 야, 야.. 최택." " 말해, 말 하라고. 뒤에서 나 몰래 너희끼리 나를 가지고 놀면서 화나게 하지 말고. 말해!!!!!" 거칠게 ..

기타/장편 2016.05.01

[중기아인][걸오여림] 몽리(夢裏) 16

" 걸오!" 제 허리에 감긴 강한 팔에 잡혀 물 속에서 튀어나온 용하의 입술을 타고 익숙한 별호가 터져 나온다.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내달린 선준과 윤희의 시선이 제 앞에 선 재신을 마치 꿈을 꾸는 듯 한 얼굴로 멈춰선다. 등 뒤에서 들리는 고함소리에 휙 고개를 돌려 저를 향해 달려오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재신의 입술이 피식 비웃음을 흘린다. 빠르게 뻗어진 손이 어설프게 들린 검을 빠르게 빼앗아 든다. 제 등뒤로 익숙하게 연인을 숨긴 재신의 발걸음이 후다닥 다리 위로 뛰어오른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아직은 알아차리지 못한 사내의 발걸음이 의기양양하게 둘을 향해 달려온다. 걱정스러운 듯 제 등 뒤에 서서 제 옷깃을 그러쥔 연인을 제 뒤로 완벽하게 숨긴 재신이 제 머리통을 향해 날아오는 검을 가볍게 쳐낸다...